[만파식적] 혼다 소이치로


1998년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의 창업 50주년을 맞아 취임한 요시노 히로유키 신임 사장은 “혼다는 독립독보(獨立獨步)로 간다. 그것 외에는 살아갈 방법을 모른다”고 확언했다.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 발표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던 시기다. 그런 와중에 혼다가 꿋꿋하게 독자 생존을 선포한 것은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1906~1991년)로부터 이어져온 독자 경영 노선을 따른 것이었다.


시즈오카현 철공소집 장남으로 태어난 혼다 소이치로는 6세 때 동네를 지나가는 포드의 대량생산 차량인 ‘모델T’를 목격하고 자동차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15세에 자동차 수리공으로 시작해 1946년 45만 엔으로 혼다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그는 육군이 쓰던 소형 엔진을 자전거에 장착한 오토바이를 개발했다. 이것이 세계 이륜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혼다의 출발점이 됐다. 오토바이에서 축적한 기술을 발전시켜 1963년부터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가이기보다 ‘기술자’를 자처한 혼다 소이치로는 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이윤을 얻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1966년 사보에 게재한 글에서 “우리는 독자적인 길을 갈 것임을 확실히 선언한다”며 “기업 합병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을 사들이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다른 기술을 스스로 고안하는 데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까지 혼다의 기업 정신이 되고 있다.


이제 창업주의 유산인 혼다의 ‘독자 노선’도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의 자동차 업체 중 2·3위인 혼다와 닛산이 23일부터 합병을 위한 협의에 돌입한다.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질주 등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시장 대변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우리 기업들도 전에 없는 혁신과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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