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CDMO 참전…기술·고객확보가 관건

리스크 적고 수익성·성장성 높아
셀트리온·코오롱생명과학·보령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성공 벤치마킹
"품질관리·가동률 뒷받침 안될땐
사업자체 휘청, 만만히 봐선 안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존 개발 및 생산 역량을 등에 업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CDMO로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지만 전문성·생산기술·품질관리는 물론 글로벌 고객사 확보까지 복합적 역량을 요구하는 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DMO에 적극 진출하는 업체들은 셀트리온, 코오롱생명과학, 보령, 차바이오텍 등 전통제약사, 대기업, 중소 바이오벤처까지 매우 다양하다. 셀트리온은 최근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내년 10만ℓ 규모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가 2031년까지 CDMO 법인으로만 매출 3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기 제품을 개발, 생산, 판매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도 자사 충주 바이오 1공장이 올해 첨단바이오의약품 CDMO 및 CMO에 필요한 주요 허가 5종을 따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밝혔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및 엑소좀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특화된 CDMO 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보령도 대만의 세포독성 항암제의 CDMO 계약을 맺고 2026년부터 해외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 세포독성 항암 주사제의 유럽연합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EU-GMP) 인증에 더해 2025년 경구제 EU-GMP 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이밖에 다양한 업체들이 CDMO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제임스 박 대표를 영입한 롯데바이오로직스, CDMO 기업들을 인수해 탄생한 SK팜테코, 올리고핵산치료제에 특화된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에스티팜, 유전자세포치료제(CGT) 생산에 집중하는 GC녹십자그룹의 지씨셀과 차바이오텍 계열사 마티카바이오, 종근당의 경보제약, 대웅제약의 대웅바이오 등이 있다.


이처럼 CDMO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물론 신약 개발에 비해 리스크가 적은데다 수익성이 좋다는 장점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 규모는 2029년까지 14.3% 성장해 438억 5000만 달러(60조 75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CDMO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30~40%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 1871억 원, 영업이익 338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약 30%에 달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중심 제약 회사들이 개발 성공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존 제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추가적인 매출을 창출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CDMO 사업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사업 진출 초기 막대한 시설투자 비용과 함께 고도의 기술력, 품질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후에는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신뢰 구축과 마케팅 역량도 필수적이다.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비가동률이 떨어져 사업성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중소형 기업의 경우 자본력 부족으로 인해 초기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거나 설비 가동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치열한 경쟁에 인력 확보 문제가 심화할 수도 있다. CDMO 기업 관계자는 “공장을 짓는 날부터 대표들은 공장이 돌아가지 못할까봐 잠을 설친다고 이야기할 정도”라면서 “고객사 확보, 고객 유지를 위한 품질 관리, 글로벌 CDMO 역량을 갖춘 전문가 및 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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