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니오 CB로 1년 만에 9배 번 투자자가 있었다 [황정원의 Why Signal]

투자펀드 ‘TC GD Investor’ 대상으로
이그니오, 2021년 250만달러 CB 발행
1년 2개월뒤 보통주 전환해 9.2% 주주로
이후 사흘 만에 페달포인트가 고가에 인수
그 덕에 2530만달러 회수, 912% 수익률
미국 투자펀드 실체 알려진 내용 거의 없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 낭독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 인수 직전, 이그니오 홀딩스 전환사채(CB)에 투자해 불과 1년 만에 원금 대비 무려 9배가 넘는 차익을 거둔 투자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이례적 투자 수익이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홀딩스 인수 거래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투자자의 배경에 대해 의심 어린 시선들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그니오 홀딩스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2년만인 2021년 2월 설립됐다. 설립 후 3개월 뒤인 2021년 5월, 이그니오는 ‘TC GD Investor’라는 투자펀드를 대상으로 250만 달러 규모 만기 1년의 CB를 발행했다.


그로부터 1년 2개월 만인 2022년 7월, 이 투자펀드는 보유 중이던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9.2%를 보유한 주요 주주에 올랐다. 눈에 띄는 사실은 이 CB의 본래 만기가 2022년 4월 도래했지만 연장이 됐고, CB를 보통주로 전환한 지 불과 사흘 후 고려아연의 폐기물 재활용 사업 해외 지주회사 격인 페달포인트가 이그니오를 고가에 인수하는 거래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치 누군가가 이 투자펀드의 잿팟을 돕기라도 한 듯, 만기를 조정하고 보통주 전환으로 지분 매각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투자펀드가 2021년 이그니오 CB를 인수할 당시 투자 원금은 25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2년 페달포인트의 이그니오 인수 거래로 원금의 10배가 넘는 253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투자 후 불과 1년 2개월 만에 무려 912.6%에 이르는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이 투자 잿팟의 주인공 ‘TC GD Investor’는 미국 국적의 타르사디아 그룹(The Tarsadia Group)의 투자펀드로 확인되지만, 실제 이 펀드의 실체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다. 타르사디아 그룹은 창업 초기 미국 내에서 호텔 등 숙박업으로 시작, 현재는 투자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이력과 회수 성과에 관해서는 타르사디아 그룹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주변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레코드와 평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투자업계의 속성을 감안할 때, 불과 1년 2개월 만에 원금의 아홉 배가 넘는 경이로운 차익을 올리고도 관련 사실이 전혀 노출이 안됐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마치 관련 투자와 회수 거래에 알려지면 안될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충분히 받을 만 하다”며 “이그니오 인수와 관련한 시장의 의혹이 큰 시점이란 점에서 고려아연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그니오 홀딩스는 최 회장이 신성장 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한 축인 자원순환 사업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5819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도시광산 업체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소비국인 미국에서 전자폐기물을 수거·파쇄해 중간재를 판매한다. ‘고가 인수’ 논란 속에 최 회장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인수 당시 이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인수 과정에서의 부실 실사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809억 원, 순손실 503억 원으로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는 미국과 유럽의 도시광산에서 동을 수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능력들을 샀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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