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만난 정용진…탄핵정국에 한 말은

"Bro"라 칭할 정도…종교 토대로 친밀감
미 파트너 강화·국내 투자유치 등 활용 가능

정용진(가운데)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후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만났으며 트럼프 측 관계자에게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니 믿고 기다려달라.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22일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정재계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난 인사는 정 회장이 유일하다.


미국을 방문하고 이날 귀국한 정 회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또 한미 관계에서 자신이 민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면서 “사업하는 입장, 제가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정 회장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도 기자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대화는 10분에서 15분 정도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1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러왔다. 그는 자신을 마러라고에 초청한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기업인으로서 여러 사업 구상을 했다면서 “트럼프 주니어가 많은 분을 소개해줬다”고 밝혔다. ‘이번에 만난 인사 중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이나 대선 캠프 관계자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정 회장은 내년 1월 20일 미 워싱턴DC의 연방의회에서 열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 초청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취임식 참석) 사절단을 꾸리면 (그 일원으로) 기꺼이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 가교역할 주목

정 회장은 21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후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한국 재계와 트럼프 당선인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 “내가 무슨 자격으로…”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사업하는 사람이니까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신중한 입장에도 외교 당국이나 재계에서 정 회장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 측과 두터운 친분을 가져온 국내 인사로 부각되면서 국내 정재계 인사 가운데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난 유일한 인물이 정 회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트럼프 측 관계자에게 탄핵 정국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니 믿고 기다려달라.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방문 기간 동안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는 물론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서로를 ‘브로(brother의 준말)’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마러라고 리조트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 세 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해 순복음교회·빌드업코리아 등에서 강연과 간증을 하며 전통적인 보수 기독교 가치를 강조했으며 이때마다 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는 않기로 했지만 ‘막후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행정부 인선 과정에서 충성심을 검증하고 ‘마가(MAGA·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질서에 위협이 되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미국 사업도 확대될 듯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트럼프 주니어의 소개로 트럼프 당선인 측근이나 캠프 관계자 및 재계 인사들을 만나 다양한 사업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짧은 인사만 나누기는 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났다. 정 회장은 “(머스크가) 한국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139480) 산하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벤처캐피털 퍼시픽얼라이언스벤처스를 운영하고 있다. 첫 투자처로 올해 초 오프라인 소매 공간을 효율화하는 데 특화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버틀러를 선택했다.


신세계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의 트럼프 인맥을 통해 미국에 있는 다양한 기회를 국내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이먼그룹은 미 최대 유통·부동산개발회사로 국내에서는 신세계그룹과 유일하게 손잡고 2005년 신세계사이먼을 합작해 국내에서 아웃렛 사업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4조 6000억 원 규모의 화성시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과정에도 이번 만남은 미국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 시설인 테마파크는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설계할 예정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투자자금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 투자길이 막힌 상태”라면서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 측과 관계가 있다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투자 유치에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가 많은 인사들을 소개해줘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미국 사업 확대 계획은 사업적인 얘기니까 여기서 할 게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재계 또 다른 트럼프 인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 대부분이 트럼프 1기 때부터 미국 투자를 지렛대로 드러내지 않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외협력사장으로 임명했으며 LG그룹은 워싱턴사무소장에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임명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미국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류 회장은 석 달 중 한 달은 미국에서 머무른다고 할 정도로 미국 인맥이 풍부하다.


다만 그동안 재계의 전통적인 대미 인맥은 부시 전 대통령 일가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는데 지난 대선에서 부시 측 인사들이 카멀라 해리스 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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