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부실징후기업만 230곳…정상화 힘든 최하등급 급증

금감원 정기 신용위험평가
D등급 130곳 달해…사상최대 수준
PF위기에 부동산업체 대폭 포함


경기회복 지연과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올해 부실 위험에 빠진 기업이 23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숫자는 최근 10년간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한 곳 줄었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최하 등급(D) 기업은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크게 늘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실한 부동산 기업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채권은행이 정기 신용 위험 평가를 벌인 결과 올해 부실 징후 기업이 230곳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부실 징후 기업은 외부의 자금 지원이나 별도의 차입 없이는 빌린 돈을 상환하기 어렵다고 채권은행이 판단한 기업이다. 채권은행은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A~D등급으로 구분한 뒤 C·D등급을 부실 징후 기업으로 본다. 부실 징후 기업 중에서도 D등급은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법정관리 대상 기업을 뜻한다.


통계 조회가 가능한 2014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불과 한 곳 줄어 부실 징후 기업 수 자체는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부실 징후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유동성 지원 조치 등으로 줄다가 2022년부터 증가 추세로 전환해 지난해는 46곳이 늘었다.


오히려 올해는 D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C등급은 100곳으로 전년 대비 18곳 줄었지만 D등급은 130곳으로 17곳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D등급을 받은 기업이 늘었다. 대기업의 경우 C등급은 전년 대비 3곳 줄어든 4곳이었지만 D등급이 2곳에서 7곳으로 5곳이나 늘었다. 중소기업은 D등급이 111곳에서 123곳으로 12곳 증가했으며 C등급은 111곳에서 96곳으로 15곳 감소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부동산 경기 악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업의 부실 징후 기업이 30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동차(21개), 고무·플라스틱, 기계·장비(각 18개), 도매·중개(14개) 순이었다.


금감원은 “D등급 기업이 늘어난 것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한 업황 부진, 원가 상승 및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라 일부 한계기업의 경영 악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에 대한 은행권 신용 공여 규모는 올 9월 말 기준 1조 9000억 원으로 전체 은행권 신용 공여의 0.07% 수준인 만큼 국내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부실 징후 기업 선정에 따른 은행권의 충당금 추가 적립 추정액은 약 2069억 원이며 이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변화 폭 또한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신속한 워크아웃 및 부실 정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부실 징후 기업은 아니지만 일시적 금융 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신속 금융 지원, 프리 워크아웃 등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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