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4조 칼질한 민주당 연일 "추경해야"

이재명 “IMF때 같은 엄중한 상황”
與 "내년 예산안 잉크도 안말라"
野 '월급방위대' 발족 직장인 러브콜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경제 상황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빗대며 정부·여당을 향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안에서 4조 1000억 원 감액한 내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지 2주일도 안 돼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자 여당은 물론 정부조차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에 내란 사태까지 겹쳐 불안감이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며 “IMF 때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 둔화 때문에 빚을 못 갚아서 채무 조정에 나선 서민이 18만 명대로 급증하고 개인 회생 신청 건수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 같다”며 “그런데 정부의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예산 조기 집행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예산 조기 집행이 지금같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유효한 정책일 수 있겠냐”며 “한국은행 총재, 경제부총리까지 추경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절실한 이 비상 상황에서 추경이라도 반드시 해야 된다는 점을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추경 편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추경 논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최 부총리는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고 이 총재는 “현재 재정은 긴축 수준이라 추경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추경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이 총재와 달리 최 부총리는 “내년 1월부터 예산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충실한 집행을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추경 편성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추경을 잇따라 촉구하는 것은 이 대표가 계속 서민·자영업 대책으로 내세워온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을 대거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내년 예산안이 잉크도 마르지 않았고, 집행조차 안 된 상태”라며 민주당이 추경을 정치화하는 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당내 비상설특위인 ‘월급방위대’를 발족해 직장인을 위한 조세 제도 재설계와 정책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다. 월급방위대는 △월급쟁이 소확행 시리즈 발굴 △물가 상승에 따른 과세 합리화 △자산 형성 및 재테크 지원 △사회 진출 청년 소득세 및 은퇴자 연금소득세 경감 방안 모색 △저소득 근로자 대상 근로장려금 보완·확대를 5대 과제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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