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전략 수립 시 외환시장에 미치는 거시경제적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역할과 위치를 다시 한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 12월 11일자 1·3면 참조
이 총재는 이날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커져 외환시장 영향력이 크게 증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거주자 해외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9%까지 상승했다”며 “이는 외환 순매입 확대로 이어져 최근 수년간 원화 절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반대로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매각 시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고령화 진전과 연금 수급자 증가로 기금 감소기가 도래하면 해외 자산 매각에 따른 국민연금의 외환 순매도가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의 원화 표시 방법과 환 헤지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보면 우리(한국)가 조금 밑에 있으니까 불안한 것 아니냐 하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금융 신흥국에 대해서 적용하는 정량 평가 기준이며 IMF가 지난해부터는 한국을 정량 평가 대상국으로 보지 않고 있다”면서 “IMF는 일부 시장 성숙국에 한해 정성 평가를 하는데 이 평가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굉장히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환율 안정을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의 통화 스와프는 쉽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고 밝혔다. 연준과의 통화 스와프를 위해서는 △글로벌 달러 부족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신흥국 경제 충격 △미국 경제의 부담 가중 등 세 가지 요건이 맞아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