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온라인 도매 거래 5000억원 달성…유통비용 7% 줄여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1년차
거래 품목 39개→195개로 5배 급증
"산지-소비지 직접 유통해 비용 절감"
내년 1조원, 2027년 5조원 거래 목표

송미령(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농산물유통 혁신대전’에서 ‘온라인도매시장 5000억 원 달성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수산물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출범한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 규모가 연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유통비용을 7% 이상 절감하는 등 성과를 내면서 거래 품목도 5배 이상 확대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 규모를 5조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범한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액은 17일 기준 55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올해 목표치(5000억 원)를 조기 달성한 성과다. 거래 품목 역시 올 1월 39개에서 이달 195개로 5배 이상 늘었다. 판·구매자 역시 같은 기간 331개소에서 3736개소로 11배 넘게 급증했다.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성과를 거둔 것은 ‘상물분리(상품과 물류를 분리)’ 제도 덕분이다. 기존 유통 방식에서는 사과 농가가 상품을 판매할 경우 도매법인·중도매인·소매상 등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는 동안 사과 실물도 함께 이동해야 했다. 이 때문에 경북 영주에서 수확한 사과가 서울 가락시장으로 이동한 뒤 다시 강원도 춘천으로 옮겨지는 비효율이 발생했다. 하지만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온라인으로 거래를 확인하는 만큼 사과를 직접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주문이 이뤄지면 산지에서 소비 지역으로 사과가 직접 옮겨지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전환한 것이다.


11월 말 기준 전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이뤄진 거래의 절반 이상(58.2%)은 산지에서 마트와 같은 소비자로 직접 거래가 이뤄졌다. 중도매인을 거치지 않고 도매법인·소매상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간 거래 비중도 20.4%를 차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도매시장 운영 결과 유통비용이 오프라인 거래 시보다 7.4% 절감되고 소비자 후생이 3.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에 개별 참여 업체도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감귤·양배추·당근 등을 판매하는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경우 온라인 도매시장 전용 상품을 출시하며 지난달 말까지 총 92억여 원 규모의 거래를 달성했다.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 직거래를 확대하면서 유통 비용률(소비자가격 대비 유통 비용)은 10.1%포인트 줄었고 거래 실적 누적과 함께 상품 신뢰도가 커지면서 신규 거래처도 10곳가량 확보할 수 있었다.


참여 업체는 온라인 도매 확대 방안을 속속 내놓았다. 월항농협은 향후 온라인 도매 거래를 전체 매출의 1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월항농협 관계자는 “기존 판매처 외 추가적인 구매자 확보를 위해 온라인 도매시장에 참여했는데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 10억 원의 거래를 창출하고 신규 거래처 6곳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기존에 수도권 마트에 집중됐던 유통 구조를 대구·전북 등 전국 각 지역 마트로까지 다변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하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산소 수수료(0.2%) 면제 기간을 내년까지 1년 연장하고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가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 내년 거래 규모를 올해보다 2배 많은 1조 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날 서울 aT센터에서 개최된 ‘농산물 유통혁신대전’에 참석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유통 구조 혁신의 최종 목표는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인, 유통 관계자, 유관기관이 함께 유통 구조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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