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규모 폭설로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누적 손해율도 80%를 훌쩍 넘어서 보험 업계가 적자를 피하려면 내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과 금융권이 카드 수수료 인하, 소상공인 이자 지원 등 서민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는 분위기에서 차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는 여의치 않아 보험 업계의 고민이 깊다.
23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11월 4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단순 평균) 92.4%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1.5%)와 전월(85.2%)에 비해 각각 6.1%포인트, 7.3%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각 회사별로 보면 현대해상이 97.8%로 가장 높았고 삼성화재(92.8%), KB손해보험(91.6%), DB손해보험(005830)(87.5%)이 뒤를 이었다. 4개 사의 올해 1~11월 누계 손해율은 82.5%로 지난해(79.3%) 대비 3.2%포인트 높았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82%를 손익분기점으로 여긴다. 올 8월부터 4개 사의 월별 손해율은 모두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 올 1~11월 누계 기준으로도 DB손해보험(81.2%)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는 이미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손해율 급등한 원인으로는 폭설이 꼽힌다. 대형 손보사 한 관계자는 “11월 26일부터 이례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사고 건수가 증가해 손해율이 더욱 악화했다”며 “폭설·결빙 등 계절적 요인에 성탄절 연휴 교통량 증가 등으로 연말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간 적자 전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손보사들은 선뜻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고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보사들이 올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생 금융에 대한 압박도 만만치 않다. 손해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12월은 통상적으로 11월보다 손해율이 높고 내년도 자동차 정비 요금 인상과 같은 요인이 더해질 경우 손해율은 악화될 것”이라면서도 “앞서 연간 손해율이 낮으면 보험료를 인하했던 것처럼 손해율이 악화한 해에는 인상하는 것이 맞지만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