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국 부동산 위기가 5년째를 맞는 가운데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부동산 침체가 중국 본토 밖까지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주택 판매 침체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 상환 여건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매출액 기준 중국 4위 부동산업체 완커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경고음이 울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금융 당국은 최근 주요 보험사에 완커에 대한 금융 노출 규모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또 이와 별개로 완커 경영진은 최근 몇 주간 몇몇 보험사를 돌며 곧 만기가 돌아오는 일부 사채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하지 말 것을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수진 등 제프리스금융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부동산 판매가 반등하지 않고 자산 처분이 느리게 진행되며 금융기관이 한층 신중해져 추가 담보를 요구하게 되면 완커가 예상보다 일찍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전히 (완커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 가능성을 50% 미만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본토의 부동산 위기는 이제 밖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홍콩 부동산업체 뉴월드개발은 은행에 일부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월드개발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부채가 2200억 홍콩달러(약 41조원)에 달했으며, 이때 약 20년 만에 처음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뉴월드개발의 부채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본토 밖으로 확산한다는 불길한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밖에 홍콩에 본사를 둔 개발업체 파크뷰그룹의 경우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쇼핑·문화 복합 건축물 팡차오디(芳草地)를 매물로 내놨다. 높은 대출 이자와 낮은 입주율 때문이다.
대니얼 팬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신용 분석가는 "많은 홍콩 개발사가 투자한 중국 부동산 시장은 강력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홍콩 시장은 여전히 조정 중"이라며 "홍콩 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부동산 위기는 2021년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으로 촉발됐다.
루크로애널리틱스의 레오나드 로 수석 신용 분석가는 "최근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부동산 경기) 하락 속도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바닥을 치는 데는 1∼2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