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부터 한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과도한 업무와 생계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예상과 다른 정부 시범사업에 대해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가 10월 초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공동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9월 급여를 보면, 수입 183만 원 중 약 40%가 숙소비, 통신비, 세금, 사회보험료 등 공제금으로 차감됐다. 112만 원으로 서울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가사관리사들은 실제 저축하는 금액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번 돈 일부를 저축해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려는 외국인 근로자의 일반적인 계획이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예상과 다른 업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본국에서 전문 자격을 딴 돌봄 제공자(케어 기버·care giver)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사도우미(헬퍼·helper)로 일한다. 이들의 업무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은 시범사업 전부터 제기됐다. 한 가사관리사는 “방 5개 청소와 빨래, 손세탁 등 8시간 연속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며 “눈물이 나올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가사관리사는 “한 집에서 4시간 일하고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데만 왕복 4시간 걸린다”고 답답해했다.
시범사업은 가사관리사 2명이 공동 숙소에서 이탈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소위 부자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시범사업 평가를 마치기도 전에 전국 단위 사업 확대 가능성도 불거진 상황이다. 이 의원은 “ 정부는 임금, 업무, 주거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며 “사업 확대가 아닌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