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는 '취약 자영업자' 급증…연체율 11% 넘어 11년만에 최고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기존 중신용자→저신용 추락
경기악화 땐 부실 전이 우려
"채무조정·재취업 교육 시급"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은

경기 한파에 누적된 이자 부담으로 취약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득·중신용 이상의 자영업자가 저소득·저신용으로 추락한 경우도 크게 늘어 자영업자의 연쇄 부실화가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다중채무자 중에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나타났다.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데다 역대 최고치(2012년 3분기 13.98%)에 근접한 수치다. 9월 말 기준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0.42%)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1.7%를 기록해 2분기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자영업자 가운데 저소득 차주는 올해 9월 말 기준 49만 4000명(15.8%)으로 지난해 말(47만 9000명, 15.3%)보다 1만 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저신용 차주 역시 19만 9000명(6.4%)에서 23만 2000명(7.4%)으로 증대됐다. 중소득·중신용 이상의 자영업자 차주가 저소득(2만 2000명 순증), 저신용(5만 6000명 순증)으로 전환한 영향이다.





한은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자영업자 차주들의 전반적인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졌다”면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식어가면서 이자 부담이 현실화됐고 내수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어 가계부채의 부담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러한 거시경제 충격이 이어질 경우 내년 차입 가구 중 연체 가구 비중이 4.1%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차입 가구 중 연체 비율은 지난해의 2배를 넘는 5.1%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의 연체 비율 증대가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위험성도 제기된다. 최근의 고환율 상황이 금융권의 건전성과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이 은행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본비율’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또 단기적 자금 수요와 환율 급등이 맞물릴 경우 일부 금융기관이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금 수요가 단기에 집중되지 않도록 외환 스와프 만기 장기화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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