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 사태로 소비심리 최악, 여야정이 불확실성 제거 나서야

계엄·탄핵 정국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나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를 강타했던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몰고 올 쇼크 우려에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비관론이 경제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송년 모임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소비 불씨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경제 6단체장들이 23일 만난 자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경제는 정말 죽을 맛”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겠는가. 낙관주의에 빠져 있던 정부 경제팀도 내년 1%대 저성장 가능성을 시인했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 속에 ‘트럼프 리스크’와 국내 정치 불안이 겹쳤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인 경제 살리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통상 정책 대응부터 기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 소비 진작 대책 마련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 그 사이 기업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 1.4%라는 암울한 미래에 직면했다.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은 3분기 기준 11.55%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정부 압박을 받는 은행권이 연체·폐업 위기의 소상공인 25만 명을 위해 3년간 2조 1000억 원 규모의 이자 경감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민생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선 꽁꽁 얼어붙은 내수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뜻을 모아 정치·경제 불확실성 제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탄핵 블랙홀’에 갇혀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는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조속히 여야정 협의체를 출범시켜 국정 혼란 수습과 경제 회생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110개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는데 예금자보호법, 인공지능(AI)기본법뿐 아니라 반도체특별법 등 시급한 경제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여야정은 또 성장 동력 재점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구조조정, 취약 계층 지원 등 전방위 경제 살리기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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