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과 금융단체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s·위기 상황 분석)’에 대해 투명성 부족과 의견 수렴 미비를 이유로 소송에 나섰다. 전날 연준이 개선에 나서겠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월가는 ‘강대강 대결’을 택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 미 은행정책연구소와 미국은행가협회 등은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이 비밀리에 설계돼 은행 자본에 설명할 수 없는 요구와 제한을 가한다”며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연방 법원에 소장을 냈다. 소장에는 올해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사용된 모델은 물론 2025~2026년 사용할 모델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연준이 모델 시행에 앞서 은행 의견을 수렴하게 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2007~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도입된 제도다. 금융 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경기 침체가 왔을 때 은행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은행들은 매년 제기되는 가상 시나리오가 예측 불가능한 데다 일방적으로 제공돼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제기한 단체들에는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은행 대다수가 속해 있다. 사실상 은행들이 협회를 앞세워 연준에 집단 반기를 든 구도다. 은행들은 전날 연준이 선제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투명성 개선과 자본 요건 변동성 감소 등을 제안했음에도 도리어 소송으로 역공을 가하고 나서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연준이 은행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인 배경에는 올 6월 미 연방대법원이 ‘쉐브론 원칙’을 뒤집은 여파도 있다. 1984년 쉐브론의 오염물질 배출 사건으로 내려진 판결을 기반으로 한 이 원칙은 관련 법률이 모호할 시 연방기관이 자의적인 해석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연준은 그간 쉐브론 원칙을 기반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 방식을 스스로 결정해왔으나 판결이 뒤집히며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올 8월에는 골드만삭스의 테스트 결과 수정 요청을 수용해 자본 완충 장치 요구 사항을 낮추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은 6월 연방대법원 판결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2기 행정부와 은행가들로부터 꾸준한 규제 완화 압력을 받아왔다”며 “연준이 법적·행정적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