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창구 직원 감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점 축소와 특화 점포 확대를 핵심으로 한 점포 효율화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인 신한은행이 최근 받은 올 하반기 희망퇴직에 신청자가 54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에 희망퇴직한 인원(234명)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희망퇴직자가 상·하반기 모두 합해 619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 한 번에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가 몰린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은행 지점의 창구 직원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부부장·부지점장(Ma) 이상 직원 가운데 근속 15년 이상 1966년(58세) 이후 출생자 △4급 이하 직원 가운데 근속 15년 이상 1972년(52세) 이전 출생자에 더해 리테일서비스(RS) 직군 7.5년 이상 1986년생(38세) 이전 출생자를 이번 희망퇴직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RS는 은행 지점 창구에서 입출금과 계좌 개설 등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직급이 아닌 특정 직군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7~31개월치 임금을 정했는데 퇴직 조건이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은행을 떠나겠다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퇴직을 원하는 창구 직원 수가 증가한 것은 은행권의 영업점 효율화와 연관이 있다. 은행 거래에서 모바일 등 비대면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은 영업점 수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영업점(지점 및 출장소) 수는 2021년 3079개에서 올 상반기 현재 2817개로 260개 이상 감소했다. 은행들은 대신 화상으로 상담 업무를 하거나 자산관리·시니어 등 특화 점포를 늘려 나가고 있다.
은행권에서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경향이 커지는 분위기도 창구 직원 축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권 최초로 지난달 서울 서소문에 ‘AI 브랜치’를 개설했고 다른 은행들도 AI 은행원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은행 내부망과 외부망의 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망 분리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의 AI 접목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