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북회담 본격화땐 韓패싱 우려…누가 대통령되든 어려운 상황"

[신년기획 해외 특별인터뷰]
■빅터 차 美CSIS 한국석좌
北비핵화 아닌 핵·ICBM 동결 예상
한국 내 독자 핵무장 목소리 커질것
차기정부, 국제사회 역할 축소 가능성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한국석좌(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사진제공=CSI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으며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과거 미북 회담 실무 경험이 있는 알렉스 웡을 지명했다. 워싱턴 조야는 물론 한국 내에서도 내년 트럼프 취임 이후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한국석좌(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 교류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 등을 맡았던 한반도 전문가다. 트럼프 1기 때 주한 미국 대사로도 지명된 바 있다.


차 석좌는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코리아 패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때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북 간 만남을 주선했고 이후에도 대화에 관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으므로 직접 접촉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차 석좌는 “(만약 미북 회담이 있을 때) 한국의 (실질적) 정부가 없다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미북 대화를) 경주(race)에 비유하면, 트럼프는 1월에 취임을 하기 때문에 이미 트랙에서 훨씬 앞서 있겠지만 한국은 시작이 늦어 매우 뒤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 석좌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패싱당하면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여론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만약 미국이 김 위원장과 평화 협정을 맺는다면 핵실험 동결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종류에 그치고 북한의 다른 위협에 대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화 협정의 반대급부로 비핵화가 아닌 핵·ICBM 개발 동결 정도만 받아낼 것이라는 뜻이다. 차 석좌는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훨씬 많은 핵무장 대화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고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에 대해 차 석좌는 “민주당 정부는 동아시아와 전 세계를 상대로 윤석열 정부와 매우 다른 정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캠프데이비드 선언, 대만, 공급망, 중국,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우크라이나 등을 열거했다. 차 석좌는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부문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하지만 민주당 정부에서는 한국이 이러한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나는 이것이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유엔과 주요 20개국(G20) 등 글로벌 거버넌스 구조가 혼란에 빠진 지금 세계는 한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한미일 협력 및 캠프데이비드 선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차 석좌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캠프데이비드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 실무진 차원에서도 3국 회의를 추진할 수 있지만 한미일 합동훈련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일 3국은 지난해 8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하고 3국 공동 훈련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같은 군사훈련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 주변에서 훈련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훈련이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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