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에 계속 반대하면서 반도체법의 연내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달린 특별법을 계속 외면하자 같은 당의 박용진 전 의원은 “무작정 외면하지 말고 대승적으로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는 26일 반도체특별법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 보류 방침에 따른 여야 충돌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산회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법은 31일 본회의 상정이 사실상 불발되며 새해를 기약하게 됐다.
여야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조항에는 의견 일치를 이뤘다. 하지만 야당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을 두고 기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소위에 앞서 삼성전자 임원들은 산업위 소속 야당 의원실을 직접 찾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인 근로기준법을 통해 논의하자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해 “정치 쟁점화가 우려돼 처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우려를 전했으나 설득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 연내 처리를 외면하고 미루자 노동운동가 출신의 박 전 의원이 이날 전향적 입장 변화를 요청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의원은 “우리 당이 이번에는 주 52시간제 예외라는 부분에 얽매이지 말고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의 핵심 전략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과 TSMC 등과의 경쟁에서 뒤진다면 자칫 수십,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 고려하고 있는 근로일간 의무 휴식 시간 기준을 시행령이 아니라 법에 명시하는 등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반도체 첨단산업을 긴급히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미국과 일본의 제도를 모태로 하고 있는 점을 언급한 박 전 의원은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고소득 전문직에 한정해 근로자 대표 서면 합의 등 당사자뿐만 아니라 노사 간 서면합의까지 전제로 하는 조건을 추가로 협상해 대승적으로 처리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