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수사에 신속하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높여 조기 대선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조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하며 대권 레이스에 불이 붙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데 대해 “옳지 않다”며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거기에 최대한 협조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 지연 전술을 쓴다고 하더라도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으려면 수사에 신속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논란이 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에 대해서도 “헌법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른 부분”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당당하려면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주도로 이달 12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특검 프레임에 걸려 계속 수세에 몰려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야당이 넣은 독소조항 중 뺄 건 빼서 특검을 받는 게 당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것 때문에 국민들도 당의 입장을 동의해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탄핵 정국에서 당의 빠른 사과도 주문했다.
오 시장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국가 위기 상황인 만큼 4선 서울시장의 경험을 좀 더 큰 단위에서 써야 한다는 요구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깊이 고민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도 드러내며 대권 주자로서의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홍 시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조기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나간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홍 시장은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 나가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기 대선과 정상적인 대선, 임기 단축 개헌 이후 대선 등 모든 경우를 상정해 준비하고 있다”며 “이 대표를 다룰 사람은 우리 당에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헌재가 내년 4월 18일 이전에 결정을 낼 거다. 그때가 되면 헌재 재판관 2명이 또 나간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다룰 사람은 우리 당에 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하고 맞짱뜰 사람도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홍 시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질문에 “새가 날개가 한번 꺾이면 날지 못한다”며 평가 절하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여권 대권 주자 선호도에서 오 시장은 19.0%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 내 1위를 기록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18.8%)와 홍 시장(17.4%)이 뒤를 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