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정국 불안으로 1480원을 넘어서는 등 외환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이 닥친 것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오전 2시 40분께 147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오전 9시 주간 거래가 시작된 후 잠시 안정세를 찾는 듯하더니 야당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가시화하자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원화 매도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8을 지속했다. DXY는 올 9월 100선에 그쳤는데 10월(104), 11월(106)에 이어 이달 108을 넘어섰다.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국 불안이 지속되자 외국인의 원화 투매(패닉셀링)가 나타나면서 20원 넘게 급등하며 변동성을 키웠다. 최진호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강달러 환경이 계속되고 내수와 수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까지 가세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1480원을 넘긴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고환율 흐름이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와 물가 상승, 내수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외환시장에 공포를 불러온 셈이다.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며 15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불안심리도 커지고 있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변동 폭이 하루에 20원 이상 오르는 등 변동성이 극심한 것은 2009년 키코(KIKO) 사태 이후 15년만”이라며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화하면서 시장 이탈을 가속화하고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