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과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전격 동맹을 선언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특히 협업 대상인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 그리고 합작법인의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적정성이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체적인 혜택 등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으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협업은 내년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을 설립해 절반씩 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세계는 해당 회사에 보유한 G마켓 지분 80%를 현물출자할 예정이다. 해당 지분은 신세계가 2021년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약 3조 4400억 원에 매입한 것이다. 이후 e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G마켓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가치도 대폭 줄었다는 평가가 많다.
주목할 점은 G마켓 지분의 가치만큼 투입될 알리바바 측 출자 규모다. 중국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자본금 374억 원)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현물출자한다. 알리바바는 추가로 3000억 원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의 G마켓 인수 금액과 단순 비교하면 현재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의 기업가치를 대략 3조 원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현재 e커머스 업체들에 대한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는 박하다. 알리익스프레스보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규모나 매출액이 더 큰 11번가의 기업가치가 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팬데믹 전에는 11번가가 기업가치 3조 원에 신규 투자를 받기도 했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쿠팡이라는 최강자가 출현했고 티몬·위메프가 몰락하는 등 시장이 황폐화된 영향이다.
신세계는 합작법인 설립 전부터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향후 다수 감정평가 법인들이 참여해 양사의 지분 가치를 평가해 알리바바의 추가 투입 현금 규모를 결정하게 되는데 3000억 원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이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받아 투입 현금을 줄이려 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협업을 두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동맹으로 알리바바가 글로벌 사업을 통해 축적해온 정보기술(IT)을 G마켓에 이식해 소비자 경험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내 고객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실제 올해 7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국외이전 보호조치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약 20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139480) 관계자는 “양 사는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가장 강력한 가치로 두고 각각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통해 철저히 보호하고 관리할 것”이라며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별도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단계적으로 판매 상품을 공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G마켓에서 중국 셀러의 상품은 물론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된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G마켓에 입점한 한국 셀러의 상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러 플랫폼을 함께 쓰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적인 변화는 아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오픈마켓 형태인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명확한 시너지 전략을 떠올리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양측의 동맹이 e커머스 업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동안 매물로 나온 11번가를 알리바바가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신세계와의 동맹으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새 주인을 찾기보다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당분간 현재의 경영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시너지가 쿠팡·네이버로 재편된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지 지켜봐야 한다”며 “향후 합작법인 설립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