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감에 웃었지만…대내외 불확실성에 코스피 2400 이하로 ‘털썩’

[2024년 증권시장 결산]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연고점 달성
블랙먼데이부터 트럼프 리스크까지 변동성 ↑
이달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확대
전기·전자 업종 부진에 코스피·코스닥 시총 증발
공모 시장은 보합세…코스피 늘고 코스닥 줄어

2024년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28포인트(0.22%) 내린 2399.49에 장을 마쳤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22포인트(1.83%) 오른 678.19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올해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추진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국내 증시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내내 추락하며 코스피가 끝내 2400선을 내줬다. 8월 글로벌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블랙먼데이’부터 트럼프 재집권 확정, 12·3 계엄 사태와 환율 급등까지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전자, 화학 등 국내 산업에서 영향력이 높은 업종이 부진하며 코스피의 시가총액도 1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설상가상 주가가 높은 대형주로 거래가 집중되면서 소형주가 소외되는 등 양극화 현상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폐장일인 이날 5.28포인트(0.22%) 하락한 2399.49에 장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올 한 해 동안 9.63% 빠지며 글로벌 증시 호황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모처럼 1.83% 오른 678.19에 마감했지만 연간 수익률 기준 21.74% 급락하며 ‘전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국내 증시의 부진이 더욱 아쉬운 점은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과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며 7월 연고점인 2891포인트에 도달했다. 실제로 상반기 기준 코스피 상승률은 5.4%로 주요 21개국 가운데 12위에 올랐다. 외국인 역시 올 1월부터 7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4조 10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하지만 8월 5일 블랙먼데이를 기점으로 경기 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외국인 이탈도 시작됐다. 하반기 기준 코스피 하락률은 14%로 21개국 중 20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2조 8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운송장비·부품, 금융 및 통신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운송장비·부품이 20.2% 올랐으며 금융과 통신 또한 각각 18.4%, 14.9% 상승했다. 반면 중국 경기 부진과 반도체 업황 우려 등으로 화학(-34.7%), 섬유·의류(-27.3%) 및 전기·전자(-22.8%) 업종은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에서 존재감이 큰 전기·전자 업종 부진은 전체 시가총액 감소로도 이어졌다. 올해 코스피 시총은 1963조 원으로 전년 대비 163조 원(7.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전자 업종의 시총이 2023년 878조 원에서 올해 683조 원으로 22.2% 감소하며 하락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래규모를 통해서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늘었지만 거래량은 4억 9000주로 9.5% 줄었다. 이를 두고 거래소는 “고가주 비중이 높은 대형주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거래대금은 증가한 반면 소형주 거래량은 대폭 줄어 전체 거래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일반서비스와 제약이 각각 13.1%, 11.7%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두 종목을 제외한 섬유·의류(-51.3%), 전기·전자(-49.3%), 금융(-43.6%), 기계·장비(-39.0%) 등은 일제히 급락했다. 시총 역시 340조 원으로 전년 대비 92조 원(2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각각 16.3%, 13.5% 줄었다.


공모 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보합세를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 신규 상장 종목은 11개로 전년보다 1개 늘었다. 공모 금액은 1조 3000억 원에서 1조 6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크스닥 시장의 경우 신규 상장 종목 128개, 공모 금액 2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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