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까지 함께 가준 원장님인데"…‘제주항공 참사’ 희생 치과의사에 이어진 추모글[제주항공 무안 참사]

故 이광용(53) 나무치과 원장
SNS에 주민들 추모글 이어져
동료 의사 “환자 대신 맡겠다”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과수가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광주광역시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치과의사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환자와 동료 의사들이 애도를 표했다.


2009년부터 광주 흑석동에 위치한 故 이광용(53) 나무치과 원장은 인근 주민들로부터 신임이 두터웠던 의사였다. 광주 지역의 한 치과의사는 “부모와 아이들이 소아 전문 치과보다 더 믿고 갔다”며 “존경하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허망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이 원장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주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를 추모했다. 한 주민은 “앞니 색이 달라 걱정하던 첫째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여자친구 만들 때쯤 예쁘게 (치료)하면 된다’면서 3개월 뒤에 보자고 웃으셨다”고 이 원장의 따뜻함을 회상했다.


이어 “과잉 진료 안 하시고 아이들을 예뻐해주셔서 늘 환자로 붐비던 곳. 그동안 감사했다. 우리 아이들도 소식을 듣고 너무 슬퍼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며 이 원장의 명복을 빌었다.


또 다른 주민은 “치료를 받은 뒤 갑작스럽게 밤에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원장님이 동행했던 기억이 난다”며 “환자에게 마음을 다했던 의사 선생님이었다”고 회고했다.


광주광역시치과의사협회는 이 원장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광주 시내에 걸었다. 협회 관계자는 “호남대 치위생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실습 기자재를 기부하는 등 온정을 베푼 의사였다. 지역사회의 큰 별이 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원장의 부고 소식에 인근 지역 동료 의사는 치료가 남은 환자들을 추가 부담 없이 돕겠다고 나섰다. 이 원장의 치과에서 약 1.8㎞ 떨어진 곳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조모(38) 원장은 “이 원장님과 친분은 없지만 얼마나 헌신적으로 환자분들과 아이들을 위해 사셨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환자들도 크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기존 환자분들의 진료를 마무리해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어 “원장님에 비하면 부족하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며 “비보를 전해 듣고 일천한 실력이지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돕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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