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체포 극한 대치 끝 불발, 불행한 역사 재발 않게 수사 협조하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내란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일단 불발됐다. 공수처는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 등과의 극한 대치 끝에 중단했다. 공수처는 경찰의 지원을 받아 오전 8시쯤부터 영장 집행에 나서 관저 부지 안으로 들어갔으나 대통령경호처 요원 등에 막혀 관저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채 대치하다가 약 5시간 30분 만인 오후 1시 30분쯤 철수했다. 공수처는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영장 집행이 불가능해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경호법과 경호구역 등을 이유로 관저 수색을 불허했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였다. 현직 대통령 체포는 제3세계에서도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국가적으로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이 체포 대상이 된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계엄 선포와 정당한 사법절차를 거부한 버티기가 자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나 불응하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마저 묵살했다. 대신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여러분과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후에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군사기밀보호구역이자 경호구역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강변했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사법 체계를 흔드는 것으로 자신이 강조해온 법치와 상식·공정마저 무너뜨리는 행위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체포 대상이 되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윤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지지층을 선동해 방패로 내세우는 행태를 멈추고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수사에 협조해야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 증폭을 막을 수 있다. 또 수사와 재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국헌 문란의 진상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그에 상응한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역사에 책임지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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