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51번째 주" 조롱 받은 캐나다 트뤼도 총리 물러난다

6일 기자회견 열어 "후임자 정해지면 즉시 사임"
美 트럼프 당선인 "25% 관세 부과" 위협 등 논란

6일 사임 의사를 밝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AF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자유당이 자신의 후임자를 정하는 대로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즉시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나라는 다음 선거에서 진정한 선택지를 선택할 자격이 있다"며 "내가 내부에서 싸움을 벌여야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내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자명해졌다"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하원은 당초 오는 27일 회기를 재개해 야당을 중심으로 내각 불신임안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트뤼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는 3월 24일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기간 집권 자유당은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전망이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부터 9년 넘게 캐나다의 총리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국민 불만이 누적되면서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최근 2년여간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동맹 세력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집권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바 있다.


특히 트뤼도 총리를 향한 퇴진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대선 후인 지난 11월 29일 트럼프 당선인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찾은 트뤼도 총리와의 만찬에서 관세 문제를 논의하다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고 조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럼프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지난달 16일 사임했고,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 사퇴 여론이 확대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의 많은 사람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며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한다면 관세는 사라지고 세금은 대폭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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