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정면돌파' 정의선 "이순신 정신, 어느 때보다 절실" 강조한 이유는[biz-플러스]

■현대차그룹 신년회
위기 14차례 언급하며 대응 모색
품질 앞세운 고객중심경영 의지
기술 기반 '이순신 리더십' 강조
"성별·연차 차별없이 오직 실력"
능력 위주 조직문화·혁신 당부


“그 어느 때보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행동,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회장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소환하며 위기 극복 DNA를 강조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과 중국 전기차 업체 등 경쟁사들의 도전, 미국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 등 완성차 업계의 파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위축되지 말고 정면돌파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그렇게 어려웠던 임진왜란 때도 자기 일에 몰두하면서도 주변을 챙겼고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기술 기반) 정신이 있었다”며 “부서와 회사 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실행, 실패, 재도전하는 부분이 선순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관주의 빠지면 안 돼…위기 극복 현대차 DNA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신년회에서 올해 사업 방향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정 회장이 이날 신년사에서 임진왜란을 언급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올해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그는 신년사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총 14차례 꺼내며 임직원들과 현 상황을 공유하고자 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과 내수 시장에서 고전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최대 실적을 거두며 선방했다. 그런데 올해는 미국마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편관세(10~20%) 부과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거론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주요 시장에서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저가 공세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완성차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언급하며 “우리가 예상하는 위기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고객들의 기대는 매일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해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 회장은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들게 된다”며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퍼펙트스톰과 같은 단어들은 경각심을 일깨우고 위기에 맞서는 의지를 고취시키는 역할을 해야지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온 우리는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기본기’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위기의 대응에는 그 무엇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며 “객관적인 분석과 종합적인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같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내부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를 갖추게 되면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정 회장은 ‘혁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를 인용해 임직원들에게 ‘고객 중심 경영’을 재차 주문했다. 정 회장은 “성장 정체 기업들의 임원들은 고객 이익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며 “결국 고객이 원하는 품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력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을 위해 조직 문화 개선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외국인 최초로 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무뇨스 사장을 사례로 들며 “국적·성별·학력·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트럼프발 위기에 현지 생산 확대…경쟁사 협업 강화

현대차그룹은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품질의 안전한 차량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완성차 업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우리의 최선의 비즈니스 전략은 고객이 원하고 가치를 두는 기술을 적용한 고품질, 안전 중심의 차량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라며 “고객을 ‘손님’으로 대하는 철학과 제품 리더십을 유지하며 필요한 곳에 생산을 현지화하기 위한 자원을 계속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전기차뿐만 아니라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 등 고객 수요에 기반한 차량 개발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완성차 관세 부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정책 변화에 대해선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해 나간다. 무뇨스 사장은 “자동차 연구 센터에 따르면 우리는 미국에서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약 1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향후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서 연간 30만 대에서 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아이오닉5의 생산을 시작으로 곧 아이오닉9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목적기반차(PBV)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차 시장에서도 올해 보폭을 넓힌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의 PBV 모델인 PV5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해당 차량은 PBV 전용 공장인 화성 이보 플랜트에서 양산된다. 2027년에는 대형 PBV인 PV7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변화의 중심에 있는 PBV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여객수송, 물류, 레저 등 고객의 용도에 맞는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 맞춤형 개인화 모빌리티”라며 “플랫폼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차체를 얹고 기아의 오랜 군수·특수차량 개발 경험과 외부 특장 개발 역량을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PBV를 일반 고객에도 제공해 판매 영역을 확장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차량을 제어하고 최신화하는 SDV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내년까지 소프트웨어 내재화로 SDV 시제품을 완성하고 이후 양산차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30년까지 SDV와 관련해 18조 원을 투자해 신생 전기차들이 앞서 나가고 있는 SDV 시장에서 기술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사장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앞서기 위해서 SDV 전 영역에 걸쳐 포티투닷(42dot)과 원팀으로 협력하고 있고 통합적 설계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기존의 제어기 숫자들을 통폐합하고 절반 이하로 축소시켰을 뿐 아니라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OS)를 이번에 출시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기존 경쟁사뿐만 아니라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협력 관계를 다지며 기술 분야 등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현대차 주요 차종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신기술과 신사업 부분은 투자 범위가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떄문에 전략적인 파트너십은 GM뿐만 아니라 도요타 그 이외의 완성차 업체와도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협업을 통해서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래 대응에 도움이 된다면 빅테크 기업 등 여러 부분에서 경계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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