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지난해 연매출 87조 원을 돌파하면서 4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에도 고부가 제품 판매를 통해 이룬 성과지만 4분기 경쟁 심화와 물류비 증가 등의 요인으로 힘이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LG전자는 올해에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겠지만 기업간거래(B2B) 위주의 사업구조 전환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87조 744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2022년 83조 원대, 2023년 84조 원대를 넘긴 데 이어 2021년 이후 4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3조 4304억 원으로 전년(3조 5485억 원) 대비 소폭 줄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 구독과 소비자직접판매(D2C)와 같은 사업 방식의 변화가 주력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는 원동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며 “B2B 사업의 성장 또한 지속되며 전사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이자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생활가전 사업은 2년 연속 매출액 3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AI) 가전과 볼륨존(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고객 수요 변화에 맞춰 구독과 D2C 사업을 확장한 것이 안정적인 실적에 기여했다. B2B에 해당하는 냉난방공조(HVAC)와 빌트인 사업도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한 전장(VS) 사업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속에서도 2년 연속 연매출액 10조 원을 넘긴 것으로 예상된다. TV와 B2B 사업에서도 웹OS 생태계 확장과 부품 솔루션 등의 사업 수익성이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아쉬웠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2조 7775억 원, 영업이익은 146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3.3% 감소했다. 증권업계의 실적 전망치(매출액 22조 5055억 원, 영업이익 3970억 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 면에서 큰 차이가 났다. 4분기 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하면 별도 실적 기준으로는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심화된 물류비 급등과 경쟁 심화, 수요 둔화가 겹친 결과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예상하지 못한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이나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재고 건전화 차원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다소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460.34로 전년(1254.99)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TV 등의 제품은 대부분 해운을 통해 수출된다. 중국 업체들과의 판매 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중국 하이센스와 TCL은 각각 24%, 17% 점유율로 LG전자(16%)를 앞섰다. TCL의 경우 점유율을 6%포인트 끌어올리며 처음으로 LG전자를 추월했다. 4분기에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국 TV업체들의 추격이 심화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실시한 조직 개편을 기반으로 올해 품질·원가 등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와 수익 구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가전 구독사업에서는 영역을 태국과 인도까지 확대하고 생활가전 B2B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HVAC 사업은 독립 사업본부 출범을 통해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낸다. TV사업에서는 올해부터 올레드와 프리미엄 LCD 라인업 QNED를 동시에 강조하는 ‘듀얼 트랙’ 전략에 더해 해외시장의 지역별 수요에 맞춰 볼륨존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