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美는 M7, 日은 S7, 한국은?

주요국 증시 뜀박질에도 韓만 역주행
산업 경쟁력·경제 전반에 적신호 켜져
투자·혁신해 기업 본원 경쟁력 높여야
경제 살리기 입법, 정치불안 해소 과제


지난해 초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통해 “일본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즉 일일 평균 거래량이 가장 활발한 주식들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면서 ‘사무라이7(S7)’ 주식을 제시했다. 도요타자동차·미쓰비시상사·도쿄일렉트론·스바루자동차·디스코·스크린홀딩스·어드반테스트 등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주식들은 지난 12개월간 가장 수익률이 높았고 2020년 이후로 영업손실이나 순손실을 한 번도 기록하지 않았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사무라이7’은 1954년 개봉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서 따왔다. 미국 증시의 빅테크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M7)’에 빗대어 만든 용어다.


도요타자동차나 미쓰비시상사·스바루자동차·도쿄일렉트론 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디스코·스크린홀딩스·어드반테스트는 다소 생소한 기업이었다. 이들 세 회사의 핵심 사업 분야는 모두 반도체 장비 제조 및 판매다. 지난해 상반기 도쿄 증시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S7은 주도주로 각광받았다. 이들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주춤거렸음에도 연간으로 보면 대폭 올랐다. 도요타가 1년 전에 비해 16.45% 상승했고 어드반테스트는 무려 97.25%나 뛰었다. ‘사무라이7’의 원조 격인 미국의 ‘매그니피센트7’도 지난해 미국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다. M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등이다. 이들 7개 업체의 주가는 지난해 1년간 평균 약 67% 급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되는 다른 493개 기업의 주가 상승률(12%)을 크게 웃돌았다.


S7과 M7이 시장을 견인하면서 일본과 미국 증시는 기록 잔치를 벌였다.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4만 선을 돌파했다. 미국 S&P500지수도 5100 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증시(TA-35)도 지난해 27%나 뛰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9.6%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21.7%나 떨어졌다. 미국·일본·중국·대만 등 주요국의 증시 상승 흐름과는 달리 나 홀로 역주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10조 엔(약 92조 원)을 넘는 일본 기업이 18개로 1년 전보다 8개 증가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10조 엔 클럽 기업은 모두 313개로 미국이 167개로 가장 많고 일본은 중국(24개)에 이어 3위”라고 분석했다. 우리 코스피에서 시총 10조 엔 이상인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뿐이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지표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지수(MSCI ACWI)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쪼그라들며 우리 증시가 ‘기타 국가들’로 분류되는 굴욕까지 당했다. 오죽하면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국장(國場) 탈출이 답’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우리 증시가 대장주 부재 속에 뒷걸음치고 있는 것은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고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신호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앞서가기도 했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역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반도체 업종 불황에도 꿋꿋이 버텼던 배터리 분야마저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의 투자 과잉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10대 배터리 업체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합계(에프앤가이드 전망치)는 약 5조 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국내 증시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면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가업상속공제 확대 관련 법, 반도체특별법 등 계엄·탄핵 정국에 줄줄이 무산된 민생·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도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게 길게 보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흔들리는 기업들의 본원 경쟁력 제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정치 불안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투자자들의 유턴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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