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위기는 곧 기회…韓도 가치투자 통한다는 사실 증명할 것"

■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학내 모의대회 압도적 1등으로 투자 입문
리먼發 폭락장서 가치투자 저력 깨달아
유경PSG서 국내 최연소 CIO 승승장구
'장기 가치 투자' 기치 라이프운용 설립
주주환원 의지 확고한 기업 선별 투자
대표상품 'ESG향상제1호' 수익률 63%
3년 반만에 운용자산 1조 돌파 급성장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라이프운용 본사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저에게는 사실 무엇인가 시작할 때마다 위기가 찾아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처음 라이프자산운용을 설립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건국 이래 최고치를 찍으며 고공 행진하던 코스피지수가 무섭게 떨어지더라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무사히 위기를 잘 헤쳐왔습니다. 가치투자의 힘을 믿고 꾸준히 밀고 나간 덕분이죠.”


강대권(사진)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위기에 강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강 대표의 위기 방어 능력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라이프운용의 대표 펀드인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제1호’ 펀드는 2021년 7월 설정 이후 63.54%(2024년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로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만 투자해 이뤄낸 성과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26.00%, 35.05% 하락했다.


학내 투자 대회에서 압도적 1등…"우선주가 뭔지도 몰랐었다"

강 대표는 스무살 대학 신입생 시절 처음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결정적 계기는 1999년 여름 당시 한 증권사가 개최한 대학생 투자 수익 대회 참가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정보기술(IT) 분야와 벤처기업 투자 열풍이 일어나면서 전체 경제학과 인원 200명 중 190명이 참가할 정도로 대회는 뜨거웠다. 학생 대부분이 참가한다는 소식에 강 대표도 등 떠밀려 대회에 참가했다. 기본 지식도 전무한 상태에서 강 대표는 주식명 뒤에 ‘우’자가 적힌 주식만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우’가 우선주가 아닌 우량주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별 기대 없이 참가했던 이 대회에서 강 대표는 7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리며 대회 1등을 차지했다. 당시 3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2등도 겨우 한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우선주가 엄청나게 올라갔던 장세가 한 번 나타났다”며 “IT와 벤처 열풍으로 증시가 대호황을 누리던 때라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주식 공부 본격적으로 시작…하락장에서 깨달은 ‘가치투자’의 저력

강 대표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최준철·김민국 VIP자산운용 공동 대표가 당시 회장으로 있던 서울대 투자 동아리 ‘스믹(SMIC)’에 신입 회원으로 들어가 투자 분석과 접근 방법 등 기본적인 소양을 쌓았다. 대학원을 마치고 난 뒤 입사한 곳이 바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다. 한국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명성을 떨치던 이채원 라이프운용 의장이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있던 곳이었다.


‘언제나 시작부터 위기가 찾아왔다’는 강 대표의 말처럼 2007년 겨울, 그의 입사 이후 국내 증시는 추락했다. 강 대표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며 “금융위기로 거품이 드러난 증시에서 우량 종목을 선별해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자신이 화려한 성과를 내는 펀드 매니저는 아니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보다는 변동 장세 혹은 하락장에도 꾸준히 성과를 내는 데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를 기록한 2016년과 2020년 모두 탄핵, 코로나 등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휘청이던 때였다. 그는 “18년째 펀드 매니저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아주 화려한 수익을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꾸준한 실적을 내고 크게 실패하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탄대로 포기하고 독립 결심…이채원 의장, 남두우 대표와 의기투합

2014년 강 대표는 7년간의 한국투자밸류운용사 생활을 접고 유경PSG자산운용 주식 운용본부장(CIO)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로서는 국내 최연소 CIO였다. 그곳에서 승승장구했다. 투자자들에게 절대 수익을 제시했던 그의 운용 전략이 먹혀들었다. 당시 운용 업계에는 코스피 등 단순 지수를 추정하는 펀드가 대부분이었지만 국내 증시의 경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처럼 장기 우상향하지 못해 수익을 내는 펀드가 별로 없었다.


이에 강 대표는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절대 수익 연 10%를 보장한다는 패기 넘치는 선언을 했다. 그는 “실제 연간 10% 성과를 계속 꾸준히 냈고 장기 관점에서도 투자수익률이 전체 운용사 중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2020년 겨울에 독립을 결심했다. 박스권이 일상인 국내 증시에서는 가치투자가 적합하지 않다는 통념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와 주주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상장사들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 시장 변동과 상관없이 꾸준히 절대 수익을 내는 펀드를 출시해 국내에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강 대표는 제일 먼저 이 의장을 만났다. 이 의장은 국내에서도 꾸준한 장기 가치투자가 가능하다는 그의 의견에 동감하며 힘을 보탰다. 이 의장은 강 대표에게 대학 4년 후배이자 당시 벤처 투자 업계에서 이름이 난 남두우 대표를 소개해 줬다.


“저와 이 의장님은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왔고 남 대표님은 비상장 벤처 쪽에 조예가 깊었어요. 두 분과 함께라면 벤처로 시작해서 상장 그리고 투자금 회수(엑시트)까지 기업의 생애 주기 전반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


창립 이후 3년 반 만에 운용 자산 1조 돌파…퇴직연금 시장도 욕심

라이프자산운용의 운용 자산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창립 이후 3년 반 만의 성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말 3123억 원이었던 라이프운용의 운용 자산은 이달 6일 기준 1조 4085억 원으로 2년여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설립 초기 15명이던 직원 수도 어느새 38명으로 늘었다. 꾸준한 수익처럼 회사도 지속적으로 커온 셈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의 투자는 일단 저평가 기업 선별,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소통, 주주 환원에 대한 의지가 있는 기업을 최종적으로 추려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투자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합리적 추론에 근거한 투자다. 기업 지배구조에도 주목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재벌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상속세 절감 등을 이유로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장기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강 대표는 “윽박지르지 않고 개선의 기회를 주는 ‘우호적 행동주의’라는 투자 전략을 표방하며 기업 대표와 자주 소통하면서 기업의 경영 철학, 주주 환원에 대한 생각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알파요, 오메가”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금융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과거와 같은 주주 이익을 도외시한, 오너 중심의 독단적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그는 “밸류업 때문에 기업들이 주주를 대하는 방식, 지배구조 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라이프자산운용의 성장에도 밸류업은 든든한 밑거름이 돼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최근 운용사 사이에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도 관심을 보였다. 향후에는 퇴직연금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은 여러 규제 때문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는 “현재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같은 경우 사모펀드로도 운용이 가능해 참여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근 들어 임금 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적립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he is… △1980년 △대일외고 △서울대 경제학부 학사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 △2007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입사 △2014년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 △2021년~ 라이프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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