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지난해 10월 수요예측 부진에 공모를 연기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증시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케이뱅크는 8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의 IPO가 무산된 것은 2023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상장 주관사단을 새로 꾸리며 IPO에 재도전한 케이뱅크는 같은 해 10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까지 마쳤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 시점을 올 2월로 미뤘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협의를 통해 몸값을 하향 조정하는 동시에 예심 효력이 2월 말까지 유지되는 만큼 ‘연초 효과(기관투자가들의 새해 자금 집행 재개에 따라 투자 유치가 유리해지는 현상)’를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에 대한 비우호적인 투자심리가 여전한 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발목을 잡았다. 케이뱅크 주요 FI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업은 정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며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극도로 불안한 시국에 어떤 외국인투자가가 케이뱅크 공모에 큰돈을 대겠느냐. 아무리 빨라도 조기 대선 이후에야 상장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인터넷은행 상장사인 카카오뱅크(323410)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당분간 외형 성장과 재무 건전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74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320만 명이 늘었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224억 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거뒀던 2022년(836억 원)을 넘겼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상장 연기에 따른 영업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뱅크의 IPO가 또 연기되면서 최대주주인 BC카드와 FI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케이뱅크는 2021년 6월 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 원을 투자받았다. IPO 완료일 연 8%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내년 7월까지 이 같은 조건으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I에는 BC카드의 케이뱅크 지분을 포함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동반매도청구권)가 생긴다. FI가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결정할 경우 BC카드는 이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데 사실상 7250억 원어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