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김홍신의 외침'에 김홍신 "보통 통곡할 일 아니다…버르장머리 고칠 것"

8일 MBC라디오 출연해 인터뷰
명의 도용 글 작성자 고소 배경 설명

2023년 10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홍신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된 '현자(賢者) 김홍신의 외침'이라는 제목의 글에 대해 명의를 도용 당한 당사자인 김홍신(78) 작가가 "보통 통곡할 일이 아니다"라며 글 작성자를 경찰에 고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작가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해 12월 9일 밤 법륜 스님과 필리핀 민다나오로 봉사활동을 갔는데 10일 밤부터 한국에서 '당신이 진짜 썼냐'는 연락이 오더라. 13일 하산, (전화 통화가 잘 되자) 비로소 어마어마하게 글이 돌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저는 이미 윤석열 퇴진과 구속까지 주장한 사람인데 이런 글을 배포할 까닭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저는 저를 소개할 때 '소설가 김홍신'이라고 하지 '작가 김홍신' 이렇게는 절대 안 한다. 이것만 봐도 가짜 글을 쓴 사람은 뭔가 착각하고 작정하고 이런 못된 짓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힘이여, 지금을 절망하지 말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자신을 사칭한 글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괜찮은 글 3개를 모아서 제 이름으로 퍼뜨린 것 같다. 짜깁기 능력이 아주 대단하더라"며 "이 글 3개를 쭉 비교 해봤더니 제가 봐도 글은 비교적 잘 썼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극우에서 제일 유명한 유튜버는 제가 항의하니까 '이 정도 글은 김홍신 아니면 못 쓴다'고 우기더라"고 토로했다.


이 글에는 “표면적으로만 볼 때 작금의 탄핵정국은 마치 파멸을 목전에 둔 국가적 파탄을 연상케 한다” 면서 "부정선거로 국회를 장악한 주사파 민주당이 예산안을 독점해 나라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다는 것과, 대통령 고유권한인 비상계엄을 빌미로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이재명 징역형과 구속에 맞춰져 있다"는 등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을 김 작가가 작성한 것처럼 끝에는 ‘작가 김홍신’이라고 적혀 있다.


그동안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성녀, 아름다운 여성으로 칭송하는 허위 글, 2년 전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 임종석 실장, 탁현민 비서를 지독하게 비판하는 허위 글로 고통 받았다"며 "그 두 번은 정말 참았지만 이번은 정말 못 참겠더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제 이름을 도용해서 이런 짓을 또 할 것 같아 이번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되겠다 싶어 고소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이 어느 날 저를 불러 '나이 먹을수록 작가적 양심을 지키려면 정치적 발언보다는 소설 등을 통해 김홍신다운 글을 쓰는 게 좋겠다'고 해 (2022년부터) 지방 5개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끊고 글쓰기로 작정했다"며 2022년부터는 아예 정치적 색채가 담긴 글을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가짜 글로 인해 많은 이들이) 김홍신의 작가적 양심을 의심하고 있다. 평생 작가로 살면서 지켰던 소신과 강직성 때문에 그동안 제가 당했던 고통이 있었다"며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무산되는 것 같아 보통 통곡할 일이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작가는 지난 달 서울경찰청에 정보통신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현자(賢者) 김홍신의 외침' 글 작성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김 작가는 베스트셀러 소설 ‘인간시장’ 저자이자 15·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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