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쓰이는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의 용량을 최대 2배 늘리고 충전 속도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한미 공동 연구진이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엄광섭·이주형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이정태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 톰 풀러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소 이온을 활용해 에너지 저장에 적합한 특성으로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변형할 수 있는 금속산화물 수소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5일 게재됐다.
리튬이온전지는 전기차와 전자기기 배터리로 널리 쓰이지만 핵심 부품인 양극재 개발의 한계로 에너지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양극재는 코발트, 니켈, 철, 망간 등으로 만들어지며 에너지 용량은 140~200mA/g(그램당 밀리암페어) 정도다.
연구팀은 수소화몰리브데넘 산화물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이 소재는 기존 대비 1.4~2배 수준인 280mA/g의 에너지 용량을 갖는다. 또 20분 내 170mA/g을 충전할 수 있고 소재 특유의 구조 붕괴 억제 효과로 1000회의 충전이나 방전에도 초기 용량의 76%를 유지하는 수명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기화학 및 분광학 기초실험을 통해 도핑된 수소 이온이 몰리브데넘 산화물의 충방전 시 발생하는 결정 구조의 붕괴 반응을 제한하여 배터리 사이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되었음을 확인했다. 계산화학 및 전기화학 분석을 통해 수소 이온이 몰리브데넘 산화물의 대칭적 결정 구조를 뒤틀어 결정 내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확산할 수 있는 경로가 발생함으로써 빠른 충방전이 가능해진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외부의 에너지 공급 없이 금속 산화물 내에 수소 이온을 삽입할 수 있는 방법론을 새롭게 고안했다. 수소 이온을 활용하여 재료의 물성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이번 연구 성과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 및 실효성 또한 검증했다.
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금속 산화물 수소화 반응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는 점에 학술적 의의가 있다”며 “수소 이온을 활용해 재료가 가진 고유한 물성을 매우 용이하게 조절함으로써 향후 에너지 소재 개발에 새로운 장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