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서 240억 불법대출…당국, 검사 착수

부동산 담보가격 크게 부풀려 대출
책무구조도 따른 첫 제재 여부 촉각


IBK기업은행(024110)에서 240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 금융 사고가 발생해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업무상 배임으로 239억 5000만 원 규모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고 9일 공시했다. 담보 금액은 215억 2700만 원에 달한다. 부동산 담보 가치가 변동됨에 따라 손실 예상 금액도 늘어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서울 강동구 소재 여러 지점들에서 부동산 담보 가격을 부풀려 담보보다 많은 대출을 승인해준 것을 파악하고 당국에 보고했다. 이번 불법 대출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 후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직 기업은행 직원과 현직 대출 담당자들과의 친분으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현재 기업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안 중대성을 고려해 검사 인력을 추가 파견한 상태다. 본래 검사는 이날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기한도 다음 주까지로 연장했다. 기업은행은 관련 대출을 실행한 담당자들, 해당 지점들의 의사결정권자(지점장), 심사를 진행한 센터장을 업무에서 배제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관련 직원에 대해 인사 조치와 형사 고소를 할 예정”이라며 “금융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신 프로세스 개선 및 임직원 대상 사고 예방 교육을 지속 실시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에서 200억 원이 넘는 금융 사고가 발생한 것은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2014년 모뉴엘에 총 8446만 달러(약 950억 원)를 대출했지만 회사가 파산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었다. 당시 모뉴엘은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3조 4000억 원대 대출 사기를 벌였었다.


올해부터 시행된 책무구조도에 따른 금융 당국의 첫 제재는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담보 부풀리기 대출이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에도 이어졌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첫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금융회사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묻도록 한 책무구조도가 올해부터 정식 시행됐다. 금융사 임원은 책무구조도에 명시된 본인 책무에 따라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제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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