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멘토의 결정적인 차이…Z세대 뇌구조 아는 데서 시작한다 [북스&]

'어른의 영향력(데이비드 예거 지음, 어크로스 펴냄)
오랫동안 세대간 갈등으로 치부했던 소통 불가
사실 어른 대접과 존중 없어서 시작된 것…Z세대 뇌구조 이해해야
가장 큰 변화는 진짜 믿어주는 데서 시작



“요새 MZ들은 말이야. 잘 되라고 조언을 해주려고 하면 제멋대로 듣고 금방 표정에 드러나고 결국 포기했어.”


피드백을 해주려 하자 후배 직원의 방어적인 태세를 마주한 상사들이 저녁 자리에서 불만을 토로한다. 그 시간 후배 직원은 동기들과의 자리에서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권한을 주기는커녕 도움 안 되는 일만 시키고 오늘은 아주 망신을 주려고 하더라고. 꼰대야 꼰대.” 결국 저마다의 이유로 마음을 닫은 이들의 관계는 ‘MZ와 꼰대의 갈등’이라는 상투적 프레임에 갇힌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상사가 피드백을 주려다 영원히 소통 불가에 빠지는 이 같은 상황은 ‘멘토의 딜레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상사나 매니저들이 원활한 피드백을 위해 앞뒤로 칭찬을 배치하고 중간에 지적을 겸한 피드백을 넣는 ‘샌드위치’ 방법론을 채택한다. 하지만 역효과다.


애초에 앞뒤에 넣는 칭찬이 피드백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하찮은 부분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이미 샌드위치 중심부에 있는 지적의 크기와 존재감이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존감을 갉아먹기 때문이라는 게 발달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예거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교수의 말이다.


예거 교수는 신간 ‘어른의 영향력’에서 현재 기준으로는 Z세대로 분류되는 10~25세가 생물학적으로 같은 뇌를 공유하고 있으며 동일한 작동 기제와 열망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바꿔 말하면 이들의 뇌구조만 이해한다면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초등학생부터 갓 회사에 입사한 이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은 채 원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그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는 내용의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기원전 4세기 플라톤의 저작 ‘파이드로스’부터 시작된 관점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원하는 건 지시와 지적이 아닌 하나의 어른으로서 ‘지위’를 얻고 존중을 받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가르침을 받을 때보다 어른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더 피드백을 수용하는 데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을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존재로 생각하다 보니 어른들은 보통 두 부류가 된다. 강요하거나 보호하려는 이들이다. 보호하려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Z세대 입장에서는 둘 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꼰대’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과연 Z세대에게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그 해답을 ‘멘토’형 어른이 갖는 ‘멘토 마인드셋’에서 찾는다. 다양한 실천법이 제시되지만 가장 첫 번째는 상대를 이성적인 존재로서 판단할 수 있다고 존중하고 믿어주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는 결코 그런 척해서는 상대의 반응을 얻어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어른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615쪽. 2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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