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미래차 합종연횡' 주도…'혁신 지연' 독일차는 자취 감춰

◆구글 웨이모·아마존 죽스 부스 인산인해
빅테크 위주 모빌리티 산업 재편
수소HV UAM 등 형태도 다양화
자율주행차 성과 뒤처진 獨 3사
선두그룹 밀려나 소통용 부스만

한 관람객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웨스트홀에 마련된 웨이모 전시관에서 웨이모 드라이버를 탑재한 현대 아이오닉5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9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웨스트홀.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구글 웨이모 부스가 수백여 명의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관람객들은 웨이모가 중국 지커와 공동 개발한 ‘지커RT’의 자율주행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설명에 몰입했다.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라이다 등 장치들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도 보였다. 지커는 물론 현대자동차와 재규어 등 글로벌 차량들이 부스에 다채롭게 전시된 덕에 어떤 완성차 기업과 추가적으로 협력할지에 대한 질문이 연달아 부스 관계자에게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웨이모 부스를 찾은 인공지능(AI) 개발자인 안토니 마르셀로 씨는 “웨이모가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튀어나오는 차량을 인식해 회피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며 “빅테크 기업인 구글 웨이모가 빠른 속도로 기술 수준을 높이게 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완성차 기업을 이끄는 구조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산업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분위기가 CES에서 포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SW)가 향후 전기차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발 빠르게 연합을 형성해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연기관 등 독자적인 개발을 통해 산업 주도권을 잡았던 과거의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 죽스의 완전자율주행 차량이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아마존의 자회사 죽스(Zoox)가 개발한 미래형 완전자율주행차 역시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죽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앞뒤가 정해지지 않은 양방향 운전식 차량이다. 어느 방향으로도 운전이 가능해 공간이 부족한 도시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은 박스형 차량 모서리에 위치한 라이다와 카메라 등을 유심히 살피면서 관심을 보였으며 운전대가 없는 모습에 놀라 휴대폰을 꺼내는 관람객도 있었다. 현재 아마존은 차량 온라인 판매와 차량용 AI 비서인 공급 등 현대차그룹와 협력하고 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독일 브랜드는 이번 CES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 수년간 독일 회사들이 목표로 내세웠던 완전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CES를 이끌었던 벤츠와 BMW는 2019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1년 만인 2020년 협업을 중단했다. 이후에도 과도한 비용 등을 이유로 전기차 기술 개발에 미지근한 태도를 이어오면서 다소 뒤처지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차·테슬라·BYD 등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에 집중하며 선두 그룹에 올라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그룹 차원의 행사 대신 협력사와 고객사 소통을 위한 소규모 공간만 만들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빌리티 업계의 산업 재편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CES를 통해 도요타와 차세대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반도체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를 도요타에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혼다는 소니와의 합작사를 통해 공개한 ‘아필라1’로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현대모비스는 광학 기업인 자이스와 손을 잡았다. 기술 개발 속도가 기업 생존에 직결되는 상황인 만큼 이종 산업 간의 융합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빌리티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CES에서 2인승 도심항공교통(UAM)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선보인 1인승 UAM ‘미르 엑스투’의 후속작으로 세계 최초의 수소 하이브리드 UAM이다. 파블로항공은 이날 ‘PabloX Smart CLS’를 통해 다수의 소형 드론 20대를 동시에 운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자회사 샤오펑에어로HT는 모듈식 비행 자동차(플라잉카)를 공개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2인승 드론을 분리해 하늘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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