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올 들어 서울 강남 등 밀집 지역의 점포를 줄이고 기업금융 점포 통합을 통한 대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에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줄여오던 전략을 바꿔 인구 밀집 지역의 점포들을 합쳐 대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년간 지역 점포를 충분히 줄여온 데다 소비자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영향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한은행이 30곳, 우리은행이 26곳의 점포를 통폐합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방 점포가 아니라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또는 광역시 등 인구·점포 밀집 지역의 지점을 줄여 대형화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 점포를 리테일 공간과 합치는 방식의 통합 대형화를 중심으로 통폐합을 진행했다. 대형화한 기업금융 점포는 27곳이며 이 중 26곳이 서울이나 경기도, 광역시에 위치한 점포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 강남에 위치한 점포도 9곳에 달했다. 기업금융 점포가 아닌 일반 3곳 가운데 2곳은 강남, 1곳은 명동에 위치해 통폐합 후에도 접근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리테일 기업 분리 점포의 대형화를 통해 개인과 기업을 포괄하는 대고객 토털 솔루션 제공 등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도보 생활권(1㎞)내 점포를 통합해 금융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고 거점 대형 점포를 만들어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 4월 7일 기업금융 점포 또는 서울과 경기도, 부산에 위치한 점포 13곳을 추가 통폐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점포 축소에 대비해 올해 희망퇴직자 대상자를 30대 후반인 1986년생까지 넓히면서 40대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전년에 비해 대상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서울 서소문에 인공지능(AI) 은행원을 활용한 무인점포인 AI 브랜치를 열고 테스트하면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소문 AI 브랜치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서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높은 효율성과 고객 편의에 초점을 두고 지점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26곳의 점포를 통폐합했다. 이 중 여의도와 용산, 대치 등 주요 지역을 포함한 서울권 점포가 16곳에 달했다. 나머지 10곳도 경기도나 부산, 광주 등 수도권 또는 광역시 단위 지역의 점포를 통폐합했다. 점포 밀집 지역의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금융 소비자 접근권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부 폐쇄 점포에 대해서는 접근성 저하를 막기 위해 자동화 점포인 ‘디지털 익스프레스점’ 전환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하나·NH농협은행은 아직까지 올해 점포 통폐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그동안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줄여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최소 수치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전체 은행 점포(해외 포함) 수는 2014년 3분기 7589곳에서 2024년 3분기 5849곳으로 10년간 1740곳(22.9%) 줄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2023년 12월 말과 비교해 최근 약 1년간 오히려 점포가 각각 2곳, 5곳 늘어난 상태다. 주요 5개 은행의 총 점포 수는 10일 기준 3786곳(출장소 포함)으로 2023년 12월 말 3926곳 대비 140곳(3.6%) 줄었다. 실제 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 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로 서울·부산·대전은 점포 이용을 위해 소비자가 최소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1㎞를 넘지 않는 반면 그 외 지역은 대부분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전남·경북은 최대 27㎞에 달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소비자의 물리적 접근성 차이에 따라 폐쇄 절차가 차별화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 인구구조적 특성 등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