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새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가난하고 외롭게 살던 시인은 죽었다. 새가 된 시인이 본 세상은 더 아름답고, 더 사랑하고, 더 노랫소리로 가득할까?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울어주는 새는 어찌하여 망각의 강물을 마시지 않고 돌아왔는가? 이제는 오늘의 일로 슬퍼하고 내일의 일로 기뻐해야 하지 않겠는가? 저 새가 앉을 도랑과 나뭇가지는 올해도 무사할 것인가.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