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속되자 "헌재 불태우자" 글 올린 30대…법원은 "무죄" 판단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탄핵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경제DB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헌법재판소 방화를 부추기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9단독 설일영 판사는 협박 및 협박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9)에게 지난달 28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구속 상태로 심리를 받아온 그는 선고 직후 석방됐다.


A씨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졌으며 올해 1월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구속영장 관련 집회에 참석했다. 이튿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자 자신이 활동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헌제 가능하면 들어가지 말고 불 지르면 좋은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불 지르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작성했다. '헌제'는 헌재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


그는 이 글을 포함해 총 7차례 헌재 방화를 언급했고, 이어 '경찰이 폭력 쓰면 망치로 때려 죽여라'라는 게시물도 게재했다. '정당방위다', '락커로 눈 공격해도 경찰 제압 가능하다' 등 경찰관을 향한 폭력을 선동하는 글은 총 10차례 게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A씨의 글이 헌재 보안 담당 공무원과 경찰관 8명을 특정해 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고 보고, 협박 및 협박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게시글이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경찰관의 노고에 대한 합당한 표현은 아니며, 일부 경찰은 실제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지만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해악을 고지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게시글은 '불태우자, 챙겨라' 등 청유·지시형 표현으로 정치적 입장을 공유한 집단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 것에 가깝다"며 "피고인의 목적은 폭력적 집회와 방화·특수공무방해 등을 선동해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끼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특히 글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방식(우편, 헌재·경찰청 홈페이지 등)이 아닌 일반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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