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중국인이냐” 말에 격분해 흉기 휘두른 50대…법원 “살인 고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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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로 만난 사람에게 “중국인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5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종호)는 21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50)에 대해 1심과 동일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중고품을 거래하기 위해 피해자 A 씨의 집을 방문했다. 물건을 전달한 뒤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중국산 물품 구매 문제로 언쟁이 벌어졌다. 김 씨가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하다”고 권하자 A 씨가 중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중국인이냐”고 따지면서 말다툼이 격화됐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김 씨는 주방에서 가위를 집어 들고 A 씨의 목 부위를 공격했다. 목은 과다 출혈 등으로 쉽게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소였다. 다행히 A 씨가 화장실과 작은 방으로 몸을 피한 뒤 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하면서 구조될 수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범행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상처와 당시 정황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혼자 술을 마시는 무방비 상태였고 집 안 곳곳을 도주하는 와중에도 피고인이 가위를 든 채 뒤쫓았다”며 의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직전 스스로 귀가하겠다고 말하며 혼자 나설 정도로 사리분별과 행동제어 능력이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의 재범 위험성이 고도로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해 500만 원을 형사공탁한 점 △범행이 다소 우발적으로 발생해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거나 도주·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 명령은 기각했다.


결국 김 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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