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이 우리 기술로 개발한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발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한국도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특히 국가가 아닌 경험 없는 민간기업이 처음으로 임무를 이끌었는데도 아무런 차질 없이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냈다. 이에 미국 스페이스X 같은 우주 딥테크(첨단기술) 기업을 탄생시킬 토양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27일 오전 1시 55분께 누리호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 위성 3호’가 남극세종기지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상국 교신은 위성이 궤도에 안착된 후 무사히 작동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날 오전 1시 13분께 이륙한 누리호가 600㎞ 고도까지 비행한 것을 넘어 탑재 위성을 목표 궤도에 문제없이 보내는 배송 역할까지 해냈다는 의미다. 누리호 발사가 사실상 최종 성공했다는 판정이다.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는 대전 유성구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 등과도 12차례 양방향 교신했다. 이 위성은 이로써 2개월간의 초기 운영에 들어갔다. 이후 1년 동안 지구를 하루 15바퀴 돌며 줄기세포 배양 검증, 우주 플라스마와 자기장 측정 등의 과학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누리호에 같이 탑재된 큐브(초소형) 위성 12기 중 5기도 교신을 마쳤다. 우주청은 다음 달 2일 총 13기의 교신 결과를 발표한다.
임무를 주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을 위한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게 됐다. 1~3차와 달리 이번 4차에서는 항우연이 아닌 한화에어로가 발사체 제작을 전담하고 발사 임무에도 참여하면서 누리호 기술과 노하우가 처음으로 국가 소유에서 민간으로 이전됐다. 한화에어로는 첫 도전만에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일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거나 부품 고장으로 지연되는 등 항우연도 겪은 차질을 경험하지 않고 한번에 해낸 것은 2009년 나로호 발사 이래 처음이라는 게 항우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우주 개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순간”이라며 “미래와 무한한 가능성에 아낌없이 투자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