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가운데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불과 1년 전 약 5000억 원 상당의 지분을 현금화한 사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Inc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36% 떨어진 26.65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7% 넘게 빠지기도 했다. 닷새 연속 상승 흐름이 깨진 데다 거래량은 전일 대비 약 4.5배 급증했다. 이는 국민 4명 중 3명에 해당하는 3370만 계정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첫 거래일에 이뤄진 것으로, 이번 사태로 나타난 충격파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초기 ‘수천 건 수준’으로 알려졌던 유출 규모가 7500배로 확대되며 관리 체계의 부실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외부 해킹이 아닌 전직 직원에 대한 인증·접근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범석 의장의 5000억 원 현금화 사실이 다시금 비판의 중심에 섰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보유한 클래스B 보통주를 클래스A 보통주 1500만주로 전환한 뒤 이를 매각해 약 4846억 원을 현금화했다. 김 의장은 현재 쿠팡Inc 클래스B 보통주 1억5780만2990주(지분율 8.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은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이 부여돼 실질 의결권 지분율은 무려 73.7%에 달한다.
문제는 이처럼 절대적 지배권과 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김 의장이 한국에서의 경영 책임에서는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 국적의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국회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출석을 피해 여야의 지적을 받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에서도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이를 피했다.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동일인 판단 기준이 개정됐지만 김 의장은 4대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해 총수로 지정되지 않아 사익편취 금지와 친·인척 자료 제출 등 각종 의무에서도 벗어나 있다.
더욱이 5000억 원 현금화 당시 김 의장은 약 200만주를 자선기금에 기부했지만, 해당 기금 대부분이 미국에서 사용돼 국내 사회에 대한 책임 회피 논란이 일었다.
쿠팡In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약 13조 원, 지난해 연 매출은 40조 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50조 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매출 대부분은 한국 소비자를 통해 발생했음에도 쿠팡은 미국 법인을 앞세워 국내 송곳 검증을 피해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기에 쿠팡은 오랫동안 노동 환경 악화, 입점업체 수수료 문제, 물류센터 과로사 논란 등 사회적 비판에 반복적으로 휩싸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경영진이 5개 상임위원회에 증인으로 줄줄이 불려 나왔고, 수사 외압 의혹까지 불거져 상설특검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김범석 의장은 끝내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쿠팡의 성장 속도에 비해 경영·내부 통제 시스템이 지나치게 미성숙하다는 비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그동안 가파른 매출 성장과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프리미엄을 받은 것과 달리 내부 조직은 미성숙한 기형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그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로 쿠팡은 최대 1조 원대 과징금, 대규모 집단소송, 회원 탈퇴 급증 등 단기 타격은 물론 기업가치 평가 하락이라는 장기 리스크까지 안게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한 만큼 허술한 관리·통제·책임 경영 측면에서도 빠른 속도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번 사고로 기업가치와 경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