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글로벌 회의와 국제 박람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며 ‘수소 리더십’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005380)그룹 부회장은 한국에서 처음 열린 ‘수소위원회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공동의장 자격으로 완성차를 넘어 선박·물류 등 산업 전반의 수소 전환을 촉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선박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CJ대한통운(000120) 등과 수소전기 트랙터 보급을 앞당기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이틀째 진행 중인 수소위원회 CEO 서밋에서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및 추진 과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수소산업을 이끄는 전 세계 리더들이 역대 처음으로 한국에 모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7년 출범한 수소위원회는 전 세계 유일한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로 올해 CEO 서밋에는 100여 개 회원사 최고 경영진과 한국·유럽 등 주요국 정부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영국 린데와 공동 의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 수소산업 경쟁력을 소개하기 위해 이번 행사 개최지를 한국으로 끌어왔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기업과 ‘한국 시장 세션’을 특별 개최했고 디 올 뉴 넥쏘 등 56대의 수소차를 의전 차량으로 지원했다.
현대차는 앞서 2일 HD한국조선해양·부산대와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넥쏘·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등 수소차 분야에서 검증된 수소연료전지 기술 역량을 해양·물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협력은 수소 기반의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장 부회장이 주도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선박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소, 액화천연가스(LNG) 등 저탄소 연료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와 HD한국조선해양은 실증을 마친 뒤 글로벌 선사를 대상으로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같은 날 울산시·현대글로버스·CJ대한통운 등 국내 물류사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소전기 트랙터의 상용화도 앞당기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울산항 주변을 오가는 디젤트럭을 수소전기 트랙터로 대체하는 최초의 민관 협력 사례다. 현대차가 개발한 수소전기 트랙터는 188㎾급 수소연료전지 2개와 최대 출력 350㎾급 구동모터를 장착했으며 한 번 충전으로 약 760㎞를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글로벌 수소 기업들이 총출동하는 ‘2025 세계수소엑스포(WHE)’는 현대차그룹 수소사업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대표의원 등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산업용 가스 공급 업체인 에어리퀴드·린데, 탄소 저감 기술 전문 기업 할도톱소 등 글로벌 기업 CEO 등이 참석한다. 현대차 그룹은 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해 수소 기술을 선보이고 산업 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수소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소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린수소 보조금 확대나 생산 시설 구축 지원 등 정부 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 회장은 전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수소는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정책적 지원과 산업적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