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된 출퇴근길…안전문자 179건·경찰 신고 1981건

폭설로 빙판된 출퇴근길
"도로 막혀 몇 시간 갇혀"
다중 추돌사고 잇달아
경찰·소방 신고도 폭증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시도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터널에서 시민들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부지방과 호남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리면서 출퇴근길이 아수라장에 빠졌다. 퇴근길 눈에 교통 정체가 빚어진 데다 전날 내린 눈이 도로 얼면서 출근길도 빙판으로 변했다.


5일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전국에는 179건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대설’ 재해로만 한정하면 155건의 재난문자가 보내졌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1~2시간 만에 최고 6㎝ 이상의 눈이 내린 전날 저녁 시간대로 발송이 집중됐다.


행안부는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시도에 대설특보가 발표되자 대설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그럼에도 도로에 쌓인 눈이 미처 다 제설되지 못하며 시민들의 불편이 속출했다. 눈으로 버스와 차량 속도가 저하되면서 시민들은 추운 겨울 도로 한복판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앞서 서울에서는 서울 도심 고속도로 29개 구간과 시내 도로 9곳이 통제됐다. 이날 오전 7시 57분께 동부간선로 통제를 마지막으로 현재는 서울 시내 모든 도로의 통제가 해제된 상태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장 모 씨는 “결혼기념일이라 식사를 예약해 뒀는데 눈 때문에 도로가 막혀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해 식당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면서 “차를 어디 버려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지만 마을버스도 제때 오지 않거나 언덕길을 오르지 못해 이동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하소연했다.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은 경험담이 오갔다. 한 카페에는 서울 노원구에서 경기 의정부까지 출퇴근한다고 밝힌 이용자가 “평소 30분 거리를 8시간 걸려서 겨우 집에 왔다”면서 “눈발이 점차 세지고 밤 12시가 넘어서도 차에 계속 갇혀 있자 시청, 112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교통 사고도 잇달아 발생했다. 전날 밤에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터널에서 6중 추돌사고가, 경기 고양시에서는 행주대교 방향으로 7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서울 서초구 서초터널 양재방면 출구 부근에서도 대설로 인한 결빙으로 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인근 제설작업 중이나 차량 정체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며 우회를 부탁하는 재난문자가 쏟아졌다.


경찰과 소방에는 대설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전화가 폭주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6시부터 이날 새벽 5시까지 198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교통불편’이 442건, ‘위험방지(안전사고)’가 1444건이었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전날 밤 9시 15분께 대설로 인해 오르막길 결빙 구간에서 버스 바퀴가 헛도는 상황이 발생해 경찰과 사회복무요원이 차량을 함께 밀어 옮기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전날 밤 7시께 “경기도 북부 지역 대설 관련하여 119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며 비응급 신고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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