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R&D 조직 리빌딩…자율주행·SDV 기술 고도화 '액셀'

■이르면 다음주 대대적 개편
정의선 "자율주행, 中·테슬라 잘해"
이례적 약점 언급하며 재정비 예고
'엔드투엔드' 개발 방식은 유지할듯

홍철민(왼쪽부터) 기아 매니저, 김가민 기아 엔지니어, 이학영 국회부의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 압둘 아지즈 모하메드 알 아띠아 기아 카타르 대리점 회장이 기아의 미래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분야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재정비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부진을 직접 인정한 만큼 방향 재설정과 조직 개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5일 경기 용인시 기아(000270)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자율주행차와 관련,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조금 늦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약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3일 그룹의 자율주행·SDV 개발을 이끌던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사장 겸 자회사 포티투닷 대표의 사임 이후 나온 발언이라 더욱 주목을 끈다. 송 사장은 “(정의선) 회장님과 면담을 통해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며 자신의 사퇴가 정 회장의 의중이었음을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포티투닷을 인수하면서 송 사장에게 자율주행 개발을 일임했다. 현대차는 기존에 차량 주행 데이터와 도로 상황 시나리오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키는 ‘규칙 기반(Rule-Based) 자율주행’ 을 개발해왔는데 송 사장 영입과 함께 테슬라 방식인 ‘엔드투엔드 자율주행’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예정했던 개발 로드맵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 그룹에서 기대했던 수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5년간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또 다른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도 연간 수천억 원의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테슬라는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의 국내 도입까지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다음 주로 예정된 정기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 자율주행·SDV 부문을 대대적으로 ‘리빌딩’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이날 속도보다 ‘안전성’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합작법인인 모셔널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며 “그 격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에 저희는 안전 쪽을 우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고객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방향성이다.


현대차그룹은 송 사장 후임을 물색하고 있으나 엔드투엔드의 자율주행 개발 방식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율주행 프로젝트들은 AVP본부와 포티투닷 등 각 부문의 리더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돼왔다”며 “앞으로도 동일한 방식으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기존 R&D본부와 AVP본부로 이원화된 기술 역량을 한데 묶는 작업을 실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R&D본부는 신차 개발 등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개발을, AVP본부는 소프트웨어·자율주행 기술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융합이 미래차 핵심인 만큼 칸막이를 없애면 신속한 의사 결정과 유기적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석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선 "자율주행 개발속도보다 안전에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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