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도 날마다 스윙을 하는 감각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 다른 느낌 속에 그날그날 새롭게 맞춰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매일 연습하지 않는 아마추어 골퍼가 일관성 있는 스윙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스윙이 그때그때 들쭉날쭉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몸과 팔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백스윙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연습이 예상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연습법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뛰던 시절에 시도했던 것이다. 목 디스크 초기 단계에서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스윙으로 바꾸는 동안 이 방법을 활용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정면으로 들고 돌려준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클럽과 팔을 자신의 뒤쪽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정면을 향해 들어 올린다. 그립을 쥔 양손이 얼굴 높이까지 오게 한다. 이 상태에서 어깨를 회전하면 자연스럽게 백스윙 톱 자세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클럽 헤드가 상승하는 백스윙의 중간 과정을 생략하면 무엇보다도 백스윙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없앨 수가 있다. 손과 팔, 상체가 따로 움직이면 백스윙 궤도가 흔들리게 된다. 이로 인해 백스윙 궤도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면 스윙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백스윙 톱에 이르기도 전에 ‘볼을 잘 맞히긴 틀렸군’ 하는 예감이 들고,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 연습법의 또 다른 장점은 적절한 양 손과 몸 사이의 거리가 유지돼 볼을 정확히 맞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백스윙을 하는 동안 몸의 회전에 집중한 나머지 손목이나 팔을 굽히면서 몸과 손 사이의 거리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다운스윙 때에는 차이가 생긴 거리만큼 원상복구하려는 동작들이 나오게 된다. 오른쪽 어깨가 튀어나오며 엎어 치거나 몸을 뒤로 젖히는 것 등이다. 백스윙을 생략함으로써 다운스윙 이전의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테이크어웨이를 멀리 빼낸다거나 양손이 허벅지 높이에 왔을 때 손목을 꺾어줘야 한다거나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을 배제한다는 말이다. 이 방법을 통해 적절한 톱의 위치도 쉽게 잡을 수 있다.

스윙 크기는 어드레스 자세에서 양손을 정면으로 들어 올리는 높이를 달리 해 조정할 수 있다. ‘L 투 L’이라고 하는 절반 크기 스윙의 양손 높이도 이 방법을 이용해 파악하면 된다.

백스윙 없는 이 스윙으로 실제 볼을 때려도 좋다. 물론 일반적인 스윙에 비해 거리는 덜 나간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지만 이를 통해 몸과 팔, 클럽이 일체감 있게 움직이는 감각을 익히면 훨씬 좋은 백스윙 톱과 일관성 있는 다운스윙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몸에 힘이 잘 빠지지 않을 때 활용해도 좋은 드릴이다.

이동환은 2003년과 2004년 한국과 일본 아마추어선수권을 잇달아 석권했으며, 일본프로골프 투어에서 최연소 신인왕에 오르고 통산 2승을 거뒀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미국 PGA 투어 퀄리파잉을 수석으로 통과해 2020년까지 미국 무대에서 뛴 뒤 지난해부터 KPGA 투어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