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독일에서 불거진 특허 분쟁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쟁사 할로자임이 머크(MSD)가 판매 중인 ‘키트루다SC’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을 인용받자, 알테오젠의 기술 수출 모멘텀(상승 여력)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 것이다. 다만 회사 측은 독일 재판 제도의 특수성이 반영된 절차적 단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는 만큼, 바이오 중심의 반등 여력도 유효하고 분석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전날 6만 2500원(−12.04%) 하락한 45만 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94억 원, 149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대규모 ‘엑소더스(대탈출)’를 보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2725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이로써 알테오젠의 주가는 지난달 18일 사상 최고가(55만 9000원)를 기록한 뒤 전날까지 약 18.33% 하락한 상태다.
피하주사(SC) 제형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SC가 독일에서 판매 금지 가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앞서 알테오젠의 기술 경쟁사인 할로자임은 미국 머크가 독일에서 판매 중인 키트루다SC에 대해 유통·판매 중단 가처분을 신청했고, 독일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알테오젠은 2020년 머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ALT-B4)’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독일은 침해 여부와 특허의 유효성을 서로 다른 법원이 분리해 판단하는 이원제로, 유효성 검토가 이뤄지기 전에도 가처분이 신속히 내려질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독일 특유의 법적 제도에서 발생한 절차적 조치일 뿐, 특허의 최종 판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수출 계약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사전에 지적재산권을 철저히 실사해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만큼, 이미 체결된 아스트라제네카 건은 물론 협의 중인 후속 기술 수출에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머크로부터 확인한 내용을 기반으로 주주들과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ALT-B4는 알테오젠이 개발·제조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로, 기존 정맥주사 제형의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술이다. 머크, 인타스, 산도즈, 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와 체결한 계약 규모가 상당하다. 증권가에서는 알테오젠은 특정 성분별로 ALT-B4 사용의 독점권리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기술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수급이 뒷받침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는 약 15조 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11월부터 시작된 종합투자계좌(IMA) 역시 중소·중견기업 투자 등 모험자본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코스닥 시장의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바라보고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종목을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내년 확정된 이벤트가 있거나(코스피 이전상장을 앞둔 알테오젠 등)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에피스홀딩스 등)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LS증권은 코스닥150 종목 중에서도 잉여현금흐름(FCF)이 안정적인 종목을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증시 활성화 정책으로 기업의 증자·상장 등 자금조달이 까다로워졌고, 잉여 자본도 주주환원 요구가 높아지며 활용이 제한된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들로 카페24, 파마리서치, 하나마이크론, 휴젤, 클래시스, 원익IPS, 하나머티리얼즈, 티씨케이, 동국제약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