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가장 ‘뚱뚱한 도시’, 세종이 가장 ‘마른 도시’로 조사됐다. 인구구성 연령, 지역별 산업구조 특성 등이 비만율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국민들은 체중 관리 노력을 더 많이 했지만 실패가 많아 비만율 증가세를 따라잡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올해 성인 비만율은 35.4%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비만율은 2016년 27.9%에서 올해 35.4%로 10년간 26.8% 넘게 상승했다.
지역별 비만율을 보면 울산이 3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울산의 비만율은 10년 전과 비교해 12.2%포인트 오르며 전국 최고 증가 폭을 기록했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정유 등 중공업 중심 도시로 교대 근무 등 불규칙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3040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한다. 이 연령대는 장시간 노동으로 식사 패턴이 무너지기 쉽고 회식·야식 등 고열량 섭취 빈도가 잦아 비만 위험이 높다. 실제 질병청이 발행한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도 3040 남성의 비만율은 50%를 넘어 대표적 고위험군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전남(38.0%)과 강원(37.4%)이 뒤를 이었다. 두 지역은 고령층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행정안전부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2024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전남의 평균연령은 49.4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강원(48.5세)은 세 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고령화는 대사 기능 저하와 활동량 감소로 이어져 비만 위험을 높인다. 특히 전남은 연간 체중 조절 실천율이 64.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아 건강관리 행동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비만율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비만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29.4%)으로 나타났다. 대전(29.8%), 서울(30.2%)이 뒤를 이었다. 세종의 평균연령은 39.4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대사 활동이 많고 건강에 관심이 큰 젊은 층이 많은 데다 규칙적인 근무 환경, 운동 시설 접근성이 양호한 점이 낮은 비만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도시인 서울과 대전 역시 비교적 젊은 인구가 많고 걷기 등 일상 신체 활동량이 많은 도시 구조 덕분에 비만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관계자는 “비만율과 신체 활동률은 연령 구조, 직업·생활환경, 운동 시설 접근성, 식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역별 차이가 나타난다”며 “특히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신체 활동 실천율이 낮고 비만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비만율은 되레 상승했다. 연간 체중 조절 시도율은 2016년 59%에서 올해 68.5%로 16.1% 늘었지만 비만율 증가 폭을 따라잡지 못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액상 과당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 섭취가 늘고 코로나19 이후 배달 앱을 활용한 고열량 식품 소비가 증가한 것이 비만율 상승의 복합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