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관회의 “사법개혁 신중히”…與, 위헌적 입법 즉각 멈춰야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예영(오른쪽 세번째)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사 대표들의 협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위헌 논란’과 ‘재판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관대표회의는 8일 약 6시간 동안 정기회의를 갖고 사법제도 관련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의 의견도 고려해 국민 기대에 최대한 부합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민주당 일방의 사법 개혁 방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범여권과 민주당 일각의 위헌 우려까지 제기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법 독립을 훼손하고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정책의원총회를 갖고 “전문가 자문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달 본회의에서 꼭 통과시키겠다”는 민주당의 기존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의석수를 앞세워 ‘사법의 정치화’를 밀어붙이겠다는 독선이자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3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란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법을 의결한 데 이어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도 추진 중이다.


내란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무작위 배당 원칙이 무너지고 법무부 등의 재판부 선임 참여로 사법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의 독립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과 수사를 조장할 수 있다. 심지어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내란·외환죄 재판 때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재판을 중단하지 못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위헌을 위헌으로 덮겠다는 후안무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이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상식으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사법권 독립을 지키려는 법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지금이라도 당장 태생적으로 위헌 성격이 짙은 사법 개혁 법안을 멈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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