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에 강력 경고…사법개혁도 "저항 이겨내야 진짜 변화"

■李대통령 개혁 드라이브…국무회의서 강경발언 쏟아내
통일교 편파수사 논란 커지자
여당도 도려낼 각오로 정면돌파
野 공세 맞서 주도권 확보 포석
"갈등없는 개혁은 개혁 아니다"
'내란재판부' 강행 의지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통일교를 겨냥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일을 하면 해산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종교계뿐만 아니라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야당을 비롯해 여당까지도 싸잡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과 통일교 간 유착 의혹을 부각하는 한편 편파 수사 논란에 휩싸인 여당마저도 도려낼 각오의 정면 돌파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종교 단체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것을 할 경우 해산 검토가 어떻게 이뤄졌느냐”고 물으며 ‘해산’을 언급했다. 조 처장은 “헌법의 문제라기보다는 민법 38조 적용의 문제”라며 “종교 단체가 조직적으로 굉장히 심한 정도의 위법행위를 지속했을 때 해산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특정 종교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연루된 통일교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달 2일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정교분리 원칙이 정말 중요한데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 재단 자체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일본은 (해당) 종교 재단에 대한 해산명령을 내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한 주 만에 재차 종교 단체의 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실효적이고 강력한 처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에는 종교 단체 해산 이후 재산 귀속 문제까지 직접 물었다. 이 대통령이 “해산 시 해당 재산은 어떻게 처리되느냐”고 질문하자 조 처장은 “(종교 법인) 정관에 따르되 별도 규정이 없으면 국가에 귀속된다”고 답했다. 이는 정부가 ‘해산 이후 후속 처리’까지 검토할 것이라는 신호로, 다른 종교보다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민간사업에 참여한 통일교의 재산까지 정부가 환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통일교를 정조준하는 동시에 향후 사법 개혁, 정치 개혁 추진 과정에서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미 여당 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전달했다는 통일교 측의 증언이 특검 수사 도중 나왔지만 이를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은 “정치 수사를 자인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국면에서 자칫 국정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으로 야당 공세에 역공을 취하며 프레임 선점에 나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중진 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민중기 특검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이 밝힌 민주당 소속 통일교 자금 연루 인사는 대략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골적인 선택적 수사이고 야당 탄압 정치적 수사라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해산 검토”는 이런 야당의 공세가 더 거세지기 전에 예봉을 꺾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공격이 최대의 방어다. 민주당에도 통일교의 검은손이 들어왔다면 파헤쳐야 한다”고 가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갈등이 없고 저항이 없는 변화는 진짜 변화가 아니다”라며 “저항을 이겨내야 개혁이 완수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 등을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변화에 따라 이익을 보는 쪽도, 손해를 보는 쪽도 있기 마련이다. 잃어야 하는 쪽은 당연히 잃기 싫을 것”이라며 “저항이나 갈등이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이런 일을 해내지 못하면 대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특히 “입법을 두고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국민적인 상식과 원칙을 토대로 주권자 뜻을 존중해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앞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과제로 ‘6대 분야 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며 “오늘 발언 역시 6대 분야 개혁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마찰을 잘 조정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 개혁안을 특정해 언급했다기보다는 6대 개혁을 포함한 국가의 개혁 과제 전반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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