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정부 대표가 산업재해 감축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8일 열린 ‘노동 안전 노사정 간담회’에는 노동계의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경영계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정부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노사정 대표가 산재 감축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 사망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까지 비판하며 개별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압박했다. 그런 점에서 정작 당사자인 노사와의 산재 감축 논의가 이제야 시작된 것은 앞뒤가 뒤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상시 대화 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날 논의에서 노동부는 ‘안전한 일터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노동계는 작업중지권 보장을, 경영계는 산재 예방 인센티브 등을 요구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산재 예방이 핵심이라는 데는 노사정 모두 이견이 없었다. 사후 처벌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현장의 위험 요인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오히려 산재 사망이 늘어난 50인 이하 사업장은 처벌 강화보다 예방 중심의 지원이 절실하다. 원·하청 구조의 책임 회피와 안전 투자 기피가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처벌 일변도의 접근은 실효성이 없으며 근로자 안전 의식 제고 역시 제재만으로는 이뤄지기 어렵다.
이제는 정부의 산업 안전 정책 기조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처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산재 사망을 줄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정부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산재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세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로 기업이 스스로 위험성 평가와 설비 개선, 교육 강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산업단지공단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을 통해 20개 특별안전구역(세이프티존)에서 2년간 7만 2388건의 사고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중대재해 ‘0’건의 안전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시스템을 통해서도 산재 감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산재 감축을 통한 안전한 일터를 위한 해법은 분명하다. 처벌 강화가 아니라 예방 강화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예방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