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월간지 샘터가 내년 1월을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독자 감소로 인한 재정난을 버티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샘터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6년 1월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며 “그동안 샘터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공지했다.
샘터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활자 미디어를 압도하면서 출판업 전체가 어려움이 크다”며 “시대 변화로 인해 월간지에 대한 수요는 주는데 반해 발행 비용으로 인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에도 휴간 위기가 있었으나 후원금 덕에 그동안 발간을 이어왔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기부나 후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샘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잡지’를 표방하며 1970년 4월 창간했다. 문인들의 소설·에세이뿐 아니라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사연도 풍부하게 게재했다. 지면에 전한 독자 사연은 1만1000건에 달한다. 1970~1990년대 초 샘터는 월 50만 부를 팔 정도로 ‘대세’ 매체였다. 고(故) 김재순 창간인(전 국회의장)은 “샘터는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다운 마음의 벗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발행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수필가 피천득과 소설가 최인호, 아동문학가 정채봉,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등의 글도 샘터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샘터 편집부 기자로 2년간 일한 적 있다.
마지막호가 될 내년 1월호는 창간호와 같은 ‘젊음을 아끼자’를 주제로 발간된다. 창간호에 기고를 했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오랜 필자였던 이해인 수녀, 편집부 기자로 근무했던 정호승 시인의 에세이 등이 게재된다.
다만 재발행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우선 현재 인원으로 단행본 출판에 집중하면서 향후 회생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잠시 쉬어 가지만 언젠가 냉동 인간처럼 다시 반짝 태어나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